노재원, 마늘 같은 남자

한수진 ize 기자
2026.09.23 07:00

'메이드 인 코리아2'·'타짜4'서 다른 결 악의 얼굴
속내 알 수 없는 마늘처럼 알싸한 의뭉스러운 연기

배우 노재원은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표학수 역을 맡아 파격적인 분장과 의뭉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는 친구를 향한 애정과 열등감이 뒤섞인 박태영 역을 통해 첫 상업영화 주연으로서 복합적인 감정선을 그려냈다. 그는 촬영 전부터 홀덤과 칩 동작을 익히는 등 세밀한 준비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작품에 긴장감을 더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노재원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노재원은 웃는 얼굴도 좀처럼 믿을 수 없게 만든다. 말투는 평온한데 표정에는 다른 계산이 비친다. 의뭉스럽고 음흉한 인물을 만나면 그의 연기는 유독 알싸하고 얼얼해진다. 속내를 단번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꾸 그 얼굴을 살피게 한다. 작품에 긴장과 감칠맛을 더하는, 마늘 같은 배우다.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에서 노재원이 연기하는 표학수는 이 장점이 선명한 인물이다. 부산 중앙정보부 국장이 된 그는 한 남성을 무자비하게 고문하며 등장한다. 머리숱이 벗겨진 모습을 드러낸 뒤 가발을 쓰는 모습도 강렬하다. 파격적인 분장으로 시선을 붙잡지만 그를 계속 지켜보게 하는 것은 종잡기 어려운 태도다.

백기태(현빈) 앞에서 표학수는 한발 물러서면서도 이죽거리는 기색을 거두지 않는다. 노재원은 자신을 낮추는 태도에 비릿한 표정을 겹친다.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얼굴이다. 순순히 따르는 듯하다가도 다른 셈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 대화에는 늘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평온하되 평범하지 않은 어투가 그 의심을 키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노재원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노재원은 이렇게 감정을 감추면서도 관객이 의심할 작은 틈을 남긴다. 표학수가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인 동시에 야심을 가진 인물로 읽히는 이유다. 상대를 잔혹하게 몰아붙이던 얼굴이 권력자 앞에서는 능청스럽게 바뀌어도 그 안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러서는 순간조차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짧은 등장에도 백기태 주변의 긴장이 높아진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는 그 의뭉스러움에 질투가 스민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에서 그가 맡은 박태영은 비상한 머리와 노력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러나 함께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일군 친구 장태영(변요한)에게 늘 관심이 쏠린다. 자신도 많은 것을 가졌는데 친구와 나란히 서면 자꾸 부족한 사람이 된다.

이 역할의 관건은 질투가 배신으로 자라나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친구를 미워하기만 했다면 두 사람의 파국은 예상 가능한 사건에 그쳤을 것이다. 노재원은 장태영을 향한 애정과 동경을 남겨둔 채 열등감을 쌓는다. 친구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초라해지는 마음이다. 가까운 사이의 친밀함 아래 적의가 자라면서 익숙했던 얼굴도 서서히 음흉하게 읽힌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노재원 / 사진=CJ ENM

노재원은 박태영을 두고 "박태영은 장태영을 사랑한다"고 설명했다. 변요한도 두 인물이 갈라지는 과정에서 노재원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 눈빛에는 친구를 좋아했던 마음과 끝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얽혀 있다.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감정이 박태영을 흥미롭게 만든다. 배신을 납득시키되 인물의 감정을 하나로만 가두지 않는 연기다.

이 복잡함은 영화의 복수극을 떠받친다. 박태영의 열등감이 충분히 쌓여야 장태영의 추락이 아프고, 두 사람의 재회에도 단순한 승부 이상의 무게가 실린다. 변요한의 장태영이 타고난 여유로 판을 이끈다면, 노재원의 박태영은 그 여유를 견디지 못하는 얼굴로 관계를 흔든다. 상대를 바라보는 표정만으로도 두 사람이 왜 함께할 수 없게 됐는지 전한다.

세밀한 표현에는 준비가 따른다. 노재원은 촬영 전부터 홀덤을 배우고 칩을 손에 들고 다니며 손동작을 익혔다. 얼굴과 손을 가까이 잡는 카메라 앞에서는 작은 움직임도 심리의 단서가 된다. 게임에 익숙한 몸이 갖춰져야 배우도 동작에 매달리지 않고 상대를 살피고 반응할 수 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순간에도 반복해서 익힌 시간이 들어 있다.

야심을 감춘 표학수의 태도는 권력 다툼에 긴장을 보태고, 박태영의 애정에 섞인 질투는 우정을 복수극으로 바꾼다. 노재원은 인물의 마음을 궁금하게 만들고 그 마음이 관계를 망가뜨리는 과정까지 따라가게 한다. 의뭉스러운 말 한마디, 음흉한 표정 하나가 이야기의 다음을 기다리게 한다. 노재원이라는 마늘이 내는 알싸한 감칠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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