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서현진 '라이어', 데이트 강간 진실공방…흥미로운 의심, 더 필요한 공감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11.03 13:18
MBC 금토드라마 '라이어'는 첫 데이트 이후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강지선과 합의된 관계였다고 해명하는 민준호의 진실공방을 그렸다. 유연석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차분한 인물로, 서현진은 일상이 무너진 절박한 인물로 분해 팽팽한 대립을 보여주었다. 첫 주 시청률은 1.9%를 기록했으며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이 성적 동의와 진술의 신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라이어' 스틸 컷 / 사진=MBC

한 사람은 차분하게 해명하고 다른 사람은 울며 분노한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모르는데 어느 쪽을 믿을지는 조금씩 기운다. MBC 금토드라마 '라이어'는 그 불편한 간극에서 출발한다. 의심하게 만드는 힘은 있다. 다만 그 의심을 따라갈 이유가 답답함을 넘어설 만큼 충분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달 30일과 31일 방송한 '라이어' 1·2회는 첫 데이트 이후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는 두 사람을 그렸다. 심장외과 전문의 민준호(유연석)는 합의된 관계였다고 말하고, 초등학교 사서교사 강지선(서현진)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연인이었던 두 배우의 10년 만의 재회는 설렘보다 음울한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출발은 흥미롭다. 준호가 보낸 죽과 안부는 한 사람에게는 데이트 이후의 배려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끔찍한 밤을 떠올리게 한다. 다정했던 첫 만남이 신고와 체포로 바뀌면서 익숙한 로맨스의 장면도 불안하게 되돌아온다. 같은 시간을 전혀 다르게 설명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시청자 역시 판단을 거듭 수정하게 된다.

'라이어' 스틸 컷 / 사진=MBC

유연석은 준호를 쉽게 읽히지 않는 인물로 만든다. 다정함과 차분한 해명이 오히려 속내를 감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억울한 사람의 침착함인지, 상황을 통제하려는 사람의 여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내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는 정보까지 더해지면서 친절했던 얼굴에도 의심이 묻어난다.

서현진은 반대편에서 지선의 불안과 분노를 거세게 밀어 올린다. 일상이 무너진 사람의 절박함은 분명하게 전해진다. 다만 고조된 감정이 오래 이어질 때는 장면보다 연기의 힘이 앞서는 듯하다. 격정의 강도에 비해 감정 변화가 충분히 나뉘지 않아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지선이 아프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마음 안으로 들어갈 틈은 좁다.

특히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면서도 피해를 확신하는 대목은 서사적 설명이 더 필요하다. 기억의 공백 자체가 거짓의 증거는 아니며, 사건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피해를 인식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문제는 지선의 말이 모순이라고 단정하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확신하는지 극이 충분히 구분해 보여주지 않으면 시청자는 그의 감정을 이해하기 전에 주장을 의심하게 된다.

'라이어' 스틸 컷 / 사진=MBC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그 기울어짐을 더한다. 경찰 이화영(옥자연)은 지선에게 "민준호 씨와 강지선 씨 두 사람 중 거짓말을 한 사람은 당신이에요"라고 말한다. 과거 비슷한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보까지 붙으면서 준호가 사실을 말하고 지선이 거짓을 말하는 듯한 인상이 강해진다. 이후 뒤집힐 편견을 심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흡입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건 때문에 수술에서 밀려난 준호와 학교에서 그의 아들을 마주해야 하는 지선, 아버지의 체포로 친구들과 싸우는 아들까지 여파가 일상으로 번진다.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이 다루는 성적 동의와 진술의 신뢰 문제도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다만 의심의 대상을 바꾸는 것과 인물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첫 주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두 회 모두 1.9%에 머물렀다. 숫자만으로 작품을 재단할 수는 없지만 두 배우의 재회가 곧 시청자의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빠른 해결과 통쾌한 전개를 선호하는 요즘 시청자에게 판단을 거듭 유예하는 이야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어둡고 복잡해서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할 일도 아니다.

'라이어'에 필요한 것은 성급한 정답보다 기다릴 만한 과정이다. 말이 엇갈릴 때마다 인물의 사정과 관계도 함께 깊어져야 첨예한 대립이 제자리걸음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물은 의심하게 해도 이야기를 따라갈 이유만큼은 분명해야 할 필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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