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황후' 이종석, 로판으로 걸어 들어간 예쁜 남자

한수진 ize 기자
입력 2026.11.06 07:00 수정 2026.11.06 07:04

미모의 왕자 하인리役…다정함과 능청, 오묘함을 한 인물에

배우 이종석이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에서 서왕국 왕자 하인리 역을 맡아 원작 팬들의 우려를 호평으로 반전시켰다. 그는 캐릭터의 미남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직접 의상 시안을 찾고 몸을 만드는 등 외형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또한 판타지 장르 경험을 바탕으로 능청스러운 코미디와 설레는 로맨스 연기를 입체적으로 선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의 이종석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에서 이종석은 동대제국 황후 나비에(신민아)에게 사랑에 빠지는 서왕국 왕자 하인리를 연기한다. 하인리는 어딜가도 여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잘생긴 미남 설정이라 누가 맡더라도 원작 팬들을 100% 만족시키기는 어려웠을 캐릭터다. 이종석의 캐스팅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이 베일을 벗은 지금 이종석의 캐스팅을 둘러싼 우려는 기대 이상의 호평으로 반전됐다.

외형은 이 배역의 중요한 조건이다. 나비에가 하인리를 두고 "만난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목소리까지 칭찬할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이종석의 긴 팔다리와 말간 피부, 부드러운 인상과 목소리는 이 설정을 잘 뒷받침한다. 과거 '피노키오'에서 호흡을 맞춘 박신혜는 이종석을 두고 "이렇게 예쁜 남자 배우는 처음 봤다"고 했고, 예능에 같이 출연한 비 역시 "서른 살이 돼도 예쁠 거다"고 말했다. 오래 따라붙은 '예쁜 남자'라는 이미지가 이번에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직접 쓰인다.

이종석 본인에게도 익숙한 평가를 배역으로 증명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하인리의 외모 설정에 대해 "너무나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어느 때보다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고도 했다. 비의 말대로 서른 살에도 예뻤던 이종석은 거기에 7살을 더한 지금도 왕자라는 설정을 납득시킬 비주얼로 '재혼 황후'에 잘 스며들었다.

특히 왕자다운 의상과 분위기도 호평을 이끌었다. 이종석은 임영웅의 콘서트 의상에 착안해 직접 시안을 찾고 제작소까지 알아내 제작을 시도했다. 입혀주는 옷을 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에 가장 어울리는 차림을 스스로 찾아 나선 것이다. 새에서 인간으로 돌아오는 노출 장면을 앞두고는 감독에게 "몸을 만들 시간을 한 달만 더 달라"고 요청하며 의욕적으로 하인리의 외형을 만들어 갔다. 아름답다는 설정을 화면으로 납득시켜야 하는 만큼 의상부터 몸까지 배역에 필요한 모습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고, 그 결과 때깔 좋은 왕자를 완성했다.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의 신민아와 이종석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물론 외모가 어울린다고 모든 표현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나비에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나의 퀸"이라고 부르는 인사와 간혹 나오는 윙크는 살짝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실보다 과장된 표현을 주저 없이 소화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이종석은 그 낯선 문법을 능청스럽게 받아내며 자신만의 하인리를 구축하고, 시청자가 인물의 말과 행동에 동화할 자리를 만든다.

로맨스 연기 강자다운 면모도 십분 발휘한다. 신년 무도회 장면에서 이 강점을 잘 보여준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이세영)와 먼저 춤을 춰 나비에를 난처하게 만들자 하인리가 무릎을 꿇고 춤을 청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황후에게 예를 갖추고, 홀로 남겨진 나비에의 체면을 지켜준다. 이종석의 로맨틱하고 적극적인 구애는 소비에슈의 무심함과 대비되며 짜릿한 설렘을 준다.

최대훈과 보여주는 코미디 호흡도 좋다. 비서이자 사촌인 맥켄나(최대훈)는 새의 모습으로 변해 제멋대로 움직이는 하인리를 수습하느라 분주하다. 하인리가 태연하게 일을 벌이면 맥켄나는 불평하면서도 그 뒤를 따른다. 이종석이 능청스럽게 버틸수록 최대훈의 다급한 반응은 더 큰 웃음을 만든다. 둘이 붙을 때마다 무겁게 흐르던 황실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환기된다. 이종석이 최대훈을 자신의 "비밀병기"라고 말한 까닭도 이 유쾌한 호흡에 있다.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의 이종석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판타지 장르 '너의 목소리가 들려', 'W' 등에서의 경험도 유효하게 쓰인다. 이종석은 마음을 읽는 소년과 만화 속 주인공처럼 현실에 없는 설정을 맡아도 인물의 태도와 관계를 분명히 만들어온 배우다. 익숙한 판타지로 돌아왔지만 그사이 쌓인 경험은 표현의 완급을 한층 노련하게 만들었다. 로맨스의 다정함과 코미디의 능청, 정체를 감춘 오묘함을 조절하며 하인리를 여러 관계 안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아직 네 편만으로 원작 팬의 우려를 다 해소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종석이 아니라면 또 누가 이 낯선 세계관에 용기 있게 뛰어들어 제법 그럴듯한 왕자 비주얼과 능청을 함께 보여줄 수 있을지 상상하기 퍽 어렵다. 원작 인물과 닮았는지 비교하는 것만으로 캐스팅의 성패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얼굴은 똑같은데 말과 행동이 인물과 따로 논다면 그 불일치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니 낭패다. 최선의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것은 비주얼의 일치만이 아니라 인물의 매력을 실제 장면에서 살리는 능력이다. 그림 속 하인리와 똑같지는 않아도 장면 속에서는 하인리답다는 것,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이 캐스팅의 정답에 제법 가까이 다가선 이종석의 도전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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