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광화문·종로 도심 일대 상권이 매출 하락 우려로 잔뜩 움츠리고 있다. 고급 한정식집들은 3만원 이하 메뉴를 새로 준비하는가 하면 직장인 점심을 타깃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부 한정식집은 일찌감치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연말까지 일시적인 매출 감소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도심 상권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관공서와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된 서울 광화문~종각 일대를 중심으로 정부종합청사 뒤편 내자동, 인사동 등 도심에 분포된 고급 음식점들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매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자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A식당 관계자는 "점심보단 저녁 회식 위주이기 때문에 술값을 빼고 4만~5만원대 코스를 찾는 분들이 많았다"며 "비싸도 좋은 재료를 쓰니까 단골도 많은데 앞으로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매출하락을 우려했다.
수송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도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올 연말까지 거래처나 업무 관계된 사람하고는 아예 식사를 하지 말라는 직장도 있다고 하더라"며 "임대료는 안 내리는데 매출만 떨어질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골목마다 전통 한식에 막걸리 등 특색 있는 메뉴를 갖춘 음식점들이 많은 인사동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우려가 컸다. 인파가 붐벼 임대료는 상승 곡선인데 매출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인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동네라 기본적인 수요는 있다"면서도 "점심, 저녁 식사 위주로 변화가 좀 더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임대료야 쉽게 떨어지진 않겠지만 나와 있는 매물이 빨리 소화되지 않고 지켜들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북 도심 임대료 상승을 주도했던 광화문 D타워, 타워8 등 고급 식당가들은 회식보다는 식사 위주에 20~30대 젊은층으로 고객 연령대도 다양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D타워의 경우 개방감 있는 공간 연출로 직장인은 물론 젊은층까지 즐겨 찾는 도심 명소가 됐다"며 "더치페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직장인들이 가격대가 있는 식당을 좀 덜 찾을 수는 있지만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대체 수요도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 지어진 이들 건물을 제외하면 르메이에르종로타운 등은 직장인 수요 감소에 각 층에 공실이 좀처럼 소화되지 않으면서 임대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권리금 없는 상가나 장기간 비어 있는 상가의 공실 해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