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폭탄 떠넘기기

김지훈 기자
2018.09.11 03:55

정부 대규모 신혼희망타운 조성 계획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 안건 포함 '미지수'

서울 개발제한구역 현황. /사진제공=서울시

정부와 정치권이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시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압박을 가하면서 해당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국토부가 국가정책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있음에도 정치적 부담 등으로 서울시로 공을 넘겼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불가 원칙을 고수한다.

 

10일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신혼희망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내 전역의 그린벨트를 직권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해제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관계법령 등에 따라 김 장관에게 해당 권한이 부여됐다. 원칙상 그린벨트 해제는 국토부 장관이 결정하며 2016년 해당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면적 30만㎡ 이하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만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됐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처럼 국가정책과 관계된 사안엔 위임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혼희망타운이란 주거 취약계층인 신혼부부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공공주택을 말한다.

 

국토부는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시내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린벨트 해제를 만성 공급난에 시달리는 서울 집값을 안정화하는 방안으로 여긴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면적은 149㎢며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한다.

 

반면 서울시는 녹지훼손을 비롯한 해제 부작용을 우려하고 기존 시내 유휴지 개발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천명해 해제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시 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하므로 도심지역의 주택공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지난 7월 김 장관과 박 시장이 신혼희망타운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논의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서울시는 ‘공식 협조 요청’이 오지 않았다는 입장만 고수한다.

 

이에 추석을 전후해 발표될 문재인정부의 통산 여덟번째 부동산대책에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계획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가 서울시와 사전 논의 없이 해제를 발표하면 협약을 파기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당정이 합세해 서울시에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한 가운데 일각에선 해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분산할 목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시장이 해제에 동조한 후 투기세력이 유입되거나 집값이 기대만큼 잡히지 않으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박 시장 입장에선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의사를 밝히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그린벨트가 해제되더라도 서울시는 마지못해 해제하는 인상을 남기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린벨트가 해제된다 해도 치솟은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도 일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수요자들은 개발호재도 중요하게 보지만 우선 인프라가 잘 구축된 곳을 선호한다”며 “강남권 그린벨트를 얼마간 풀더라도 잠재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집값 안정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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