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 저축했는데 해외 근무하고 오니 1순위 청약 자격이 박탈됐습니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 아닙니까."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잠시 해외 파견 갔다 왔을 뿐인데 청약 1순위 자격이 없어진 것은 불공평하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불가피하게 해외 파견 근무를 다녀와야 하는 경우 등을 감안해 청약 제도를 손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제목으로 한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주택청약에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으며 주택청약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중 해외 거주 간주 기간 때문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국외에 90일을 초과해 계속 거주하거나, 국외에 거주한 전체기간이 연간 183일을 초과하는 경우는 국외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으로 본다. 이에 회사에서 해외 파견 근무 기간이 연간 183일, 약 6개월을 초과한 경우 해당지역에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봐 1순위 청약 자격이 없어진다.
청원인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무주택자이면서 세대주를 제외한 모든 가족 구성원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고, 세대주만 해외에서 근로하며 대한민국에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경우에도 청약 1순위 자격이 없어진다"며 "이 때문에 실거주자가 아니라고 보는 규정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거주 재외동포와 외국인에게도 1순위 청약자격이 부여되는데 해외 근로 세대주라는 이유로 1순위 청약자격이 박탈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도 반문했다. 이와 관련 외국인은 세대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세대주만 1순위 자격이 부여되는 투기과열지구, 청약과열지역에서는 해당사항이 없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세대주여야 한다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1순위 자격 부여가 가능하다.
이 청원은 190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한 청원 동의자는 "가족까지 다 나가면 모를까 세대주만 해외에서 근무하는데도 자격을 박탈할 이유는 없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청약 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다. 게다가 이미 해외 파견 근무자들의 문제 제기에 기준이 한 번 완화됐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당초 30일 초과일 때 해외 거주로 간주하던 것을 90일 초과로 변경했다. 이때 90일로 기준을 잡은 것은 '재외국민등록법'에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 재외국민등록을 해야 하는 것을 고려한 것이었다. 183일 기준 또한 외국인이 국내에서 183일 이상 체류시 한국에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한 '소득세법'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근무 세대주의 청원 관련 "일견 타당한 내용"이라며 "여러 규정과 해외 근무 파견자의 청약 1순위 인정 시 일반분양 축소에 따른 민원 소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 개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