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서울 시내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시세 반값 수준에 입주할 수 있어 이른바 '로또 전세'로 불리는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 있는 장기전세 공급가격도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시세가 급등하면서 반값 수준으로 공급해도 직전 공급가격보다 2억원 이상 상승해 역대 처음으로 공급가격이 10억원을 찍은 사례가 나왔다.
26일 서울시,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입주자 모집을 신청하는 1900여 가구 장기전세 중 공급가격이 가장 비싼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로 10억원이다.
기존 세입자가 빠져 공실이 된 1가구를 다시 모집하는 것인데, 장기전세주택 공급가격이 10억원대에 진입한 것은 2007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2009년 입주한 래미안퍼스티지는 전체 2444가구 중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266가구를 장기전세로 공급했다. 최초 공급가는 전용 59㎡ 199가구가 2억2360만원, 전용 84㎡ 67가구가 3억원이었다. 이후 공실이 발생할 때마다 당시 시세를 반영해 공급가격을 책정해 왔다.
이번에 이 단지 장기전세 공급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임대차법 여파로 신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한 가운데, 최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맞물려 서초구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한 영향과 무관치 않다.
일례로 지난해 말 입주자를 모집한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 공급가격은 7억3500만원으로 책정됐다. 8개월 만에 비슷한 입지에 있는 장기전세 아파트 공급가격이 2억7000만원 가량 오른 셈이다.
이는 장기전세 공급가격이 주변 시세를 반영한 까닭이다. 지난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11층) 전세가 21억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연말보다 약 5억원 뛴 금액이다.
서민 무주택자 위주로 공급하는 장기전세 공급가격이 10억원에 진입한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SH공사 측은 시세를 반영하는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장기전세는 기부채납으로 받은 물량"이라며 "단기간 시세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이번에 공급가격이 다소 높아졌지만 주변 시세대비 반값 수준이어서 이번에도 입주 희망자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난달 공급 예정이었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 장기전세 6가구도 이번에 공급한다. 가격은 8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말 공급가격 6억1250만원보다 2억원 넘게 올랐다. 이 기간 해당 평형 전셋값이 11억~13억원 선에서 18억원대로 급등한 영향이 컸다.
물량이 적고 가격대가 높은 강남권 단지보다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새아파트 장기전세 입주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취재 결과 이번에 모집공고하는 1900여 가구 장기전세 중 첫 입주하는 신축 단지는 '고덕강일13단지' 전용 59㎡ 339가구와 '보라매자이' 전용 84㎡ 26가구 등 365가구로 파악된다. 이외 1500여 가구는 현재 공실이거나 내년 말까지 공실이 예상되는 물량이다.
고덕강일13단지 전용 59㎡ 장기전세 공급가격은 3억2000만원, 보라매자이 전용 84㎡ 공급가격은 4억4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인근 지역에 공급한 장기전세주택 가격보다 약 5000만원 뛴 금액이나 최근 전셋값 상승세를 고려하면 수요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에 장기전세 입주 관련 소득기준은 바꾸지 않았다. 현재 장기전세 입주 소득 기준은 공급가격이 아닌 면적으로 설정돼 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전용 60㎡ 이하는 100% 이하, 전용 60㎡ 초과~85㎡ 이하는 120%, 85㎡ 초과는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처럼 강남 전용 59㎡ 장기전세 가격이 비강남권 전용 84㎡의 2배가 넘어서는 현실을 고려할 때 소득기준을 주택 면적이 아닌 공급가격으로 바꾸거나 일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도 앞서 입주가능 소득 기준을 면적과 관계 없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공모를 통해 공급되는 장기전세는 소득, 자산 기준이 이전과 동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