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부터 여의도까지···재건축 단지는 '해외 거장' 모시기

이민하 기자
2025.09.25 04:40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압구정2구역에 최고 250m 높이의 2606가구 단지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를 개최해 압구정2구역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결정(변경)과 개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계획, 경관심의(안)를 '수정가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압구정동 일대에서는 미성, 현대, 한양 등의 아파트 1만여 가구가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1982년 준공된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지로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300% 이하, 12개 동 2606가구(공공주택 321가구 포함), 최고 높이 250미터 이하 규모의 공동주택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사진은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의 모습. 2024.11.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세계적인 설계사들의 이름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압구정과 성수 등 일부 사업장에서 시작됐던 '해외 거장' 사업 참여 방식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해외 거장의 이름을 '명품 브랜드' 같은 고급화·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조합·시공사들이 늘면서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미국·영국·독일 등 전세계 유명 건축 설계사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왕좌'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압구정 일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에는 복수의 세계적인 건축 설계사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조합은 국내 디에이건축과 프랑스 설계사 '도미니크 페로 건축사(DPA)' 컨소시엄을 설계사로 선정했다. DPA를 설립한 도미니크 페로는 세계적 건축가로,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독일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 등을 설계했다.

압구정2구역 조감도/사진제공=현대건설

여기에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은 이달 27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두고 글로벌 건축 설계사 '헤더윅 스튜디오'와 대안설계 협업을 조합에 제안했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설립한 회사다. 헤더윅은 뉴욕 허드슨 야드의 '베슬',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힐스' 퍼블릭 공간, 구글 신사옥 '베이뷰 캠퍼스', 그리고 한국의 노들 글로벌 예술섬 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현대건설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되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아파트 설계는 DPA가 원안설계를 한 데 이어, 헤더윅 스튜디오가 대안설계를 맡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압구정3구역도 희림·나우동인·유엔(UN)스튜디오 컨소시엄에 설계를 맡겼다. 세계적 건축가 벤 판베르켈이 설립한 UN스튜디오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과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다리, 국내 갤러리아명품관 등을 설계했다. 한강 건너편 성동구 성수4지구도 미국 겐슬러가 참여한 디에이건축·한국종합건축 컨소시엄이 설계를 맡는다. 세계 최대 건축설계사 중 하나인 겐슬러는 118층 중국 상하이 타워,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등을 설계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해외 설계사 유치에 나섰다. 마포구 성산시영 재건축 조합은 아예 입찰 공고문에 '해외 설계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여의도 대교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직접 국제 설계 공모를 실시, 헤더윅 스튜디오를 설계업체로 선정했다. 국내 설계사와 컨소시엄 참여에서 더 나아가 직접 기획부터 설계를 모두 맡긴 것이다.

사업 수주 경쟁을 벌이는 시공사들도 해외 설계사를 앞세우는 추세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수주전에 참여 중인 GS건설은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와 협업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립한 설계사다. 독일 베를린의 신박물관 복원 프로젝트와 제임스 시몬 갤러리, 중국 상하이의 웨스트번드 미술관 등을 맡았다.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 시그니처 디자인 'O' 타워 조감도 /사진제공=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수주한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UN스튜디오가 설계에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미국 설계사 SMDP와 손잡고 개포주공 6·7단지를 설계하기로 했다. SMDP는 초고층 건축과 도심형 복합개발 설계에 특화된 글로벌 설계사다. 국내에서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나인원 한남, 디에이치 여의도 퍼스트 등을 맡았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 설계사 유치 경쟁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해외 설계업체는 대부분 외관 디자인에 집중하고, 실제 내부 설계는 모두 국내 설계사들이 담당한다"며 "추가 설계비 등 비용 증가나 국내 법·규정에 안 맞는 설계로 사업 기간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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