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도입한 '인정 감정평가제도'의 절차를 일부 손질한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은 보수적 평가구조가 여전히 문제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청년 임대주택 보증보험 갱신 차질 등 현장의 혼란도 계속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공지를 통해 오는 2일부터 신규 감정평가 신청 건에 대해 절차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예비감정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허용 △예비감정 시 2개 감정평가법인 참여 △내부 절차 개선을 통한 소요기간 단축 등이다. 기존에 일방적으로 이뤄지던 평가 과정에 일정 부분 공정성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조치는 임대인들의 불만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앞서 한국임대인연합은 평가기관 선택권 확대, 기존 감정평가서 인정, 담보비율 완화, 신청서류 간소화 등을 HUG에 요구했다. HUG는 법령과 정부 정책을 이유로 대부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보증 신청 서류 간소화, 이의신청 절차 신설 등 일부 개선안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 회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개선 의지가 반영된 점은 환영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비감정에 2개 법인이 참여하더라도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결국 이중 저평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강 회장은 "절차가 빨라지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잘못된 평가가 더 빨리 내려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 보수적으로 책정된 평가액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이 보증보험 갱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인정 감정평가제도 시행 후 감정평가액은 기존 대비 15~20%가량 삭감됐다.
이로 인해 청년임대주택 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급등하며 보증보험 갱신이 거절되는 사례가 잇따른 것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한 청년임대주택은 지난해까지 감정평가액이 727억 1100만원이었지만 올해 변경된 기준이 적용되면서 521억 7900만원으로 줄었다. 근저당 설정액(335억 6400만원)은 그대로인데 평가액 삭감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46.99%에서 64.3%로 늘면서 보증보험 갱신이 거절됐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청년안심주택 14곳 중 10곳이 보증보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이후에는 전체 운영 청년주택의 94%가 탈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제도의 취지는 업감정과 감정쇼핑을 막아 전세사기를 예방하자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되려 청년 세입자들이 보증금 보호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시장 현실을 반영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