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부동산 후속 패키지 대책'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 상향 조정 등 보유세 부담을 일정 부분 늘리는 방안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세제 카드'까지 동원할 경우 자칫 집값 폭등을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부는 대출 규제 강화, 규제지역 확대 등 수요 억제 중심의 조치에 보다 무게를 둘 전망이다.
13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공정비율 및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조정안을 포함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잠정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관계 부처는 '6·27 대출 규제'→'9·7 주택공급 대책'에 이어 보유세 강화까지 나설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통하지 않자,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보유세 등 세제 강화론이 기정사실화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토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 소관인) 세제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장관 입장이 아닌 개인 입장으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시발점이다. 구체적으로 세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공정비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윤석열 정권 때 80%에서 60%로 끌어내린 공정비율을 다시 80%로 원상 복구하면 과표가 올라가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검토했으나 이번 패키지 대책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기획재정부 측은 세제 중심의 강도 높은 보유세 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제 강화 대신 정부는 수요 억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서울 마포·성동·광진구와 경기 성남 분당구, 과천시 등이 규제지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 동작·강동·양천·영등포구 등까지 범위를 확대할지 여부를 막판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규제지역 지정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요건 강화 등이 함께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현재 6억원 수준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4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식도 유력하다. 일부 고가주택의 경우 아예 LTV를 0%로 적용해 대출을 허용하지 않는 극단적 규제도 언급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있는 가운데, 토허구역 확대도 거론되는 대책 중 하나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는 법적·입법 절차 및 행정 부담 등이 얽혀 있어 이번 대책에서는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 확대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 방안으로 수요를 직접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면 갭투자 수요를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선 이미 정부의 공급 이행력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상태다. 아울러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이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원 확보와 과세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지난 6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오히려 급등했다"며 "규제 강화 대책으로 기대심리를 꺾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