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은 사퇴·LH 사장 사실상 대기발령'…흔들리는 주택공급정책

김지영 기자
2025.10.26 11:28
'갭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돈 모아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차관 배우자가 지난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갭투자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쳐)/사진=뉴시스

부동산 공급의 핵심축인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동시에 '리더십 공백'에 빠졌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 논란으로 국토차관이 전격 사퇴한 데 이어 LH 사장은 석 달 전 사직서를 제출했음에도 여전히 수리되지 않아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다. 주택공급을 총괄할 정책 컨트롤타워와 실행 주체가 모두 흔들리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정부의 주택·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일시적으로 공석 사태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차관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값 발언'으로 논란이 된 지 6일,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린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0·15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을 받고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차관이 부동산 자산이 33억원에 달하는 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내로남불'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 차관의 배우자가 지난해 7월 성남시 분당구 30억 원대 아파트를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결국 이 차관은 지난 23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공식 사과 발표를 했지만 성난 여론을 진화하지 못했고 지난 24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차관의 사의 발표와 면직안 재가가 빠르게 이뤄진 것은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이한준 LH사장 역시 지난 7월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은 채 직무를 이행하고 있다. 사직서 미수리 상태에서 국정감사와 주요 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어 LH가 추진하는 사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해임 절차가 길어지면서 현안 결정은 미뤄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9·7 대책에선 LH가 직접 시행을 통해 주택공급 확대하는 등 조직 역할이 커졌지만 사업의 승인과 설계, 추진 및 시공 발주 등 사장 결재권이 필요한 행정 절차는 늦어지는 모습이다.

혼란은 정부와 지자체 간 정책 불협화음에서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 후 5개월 만에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서울시 간에 사전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한 10·15 대책 발표 과정에서도 서울시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서울시에서도 토허제 지정에 공감했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부작용을 우려했음에서 발표를 강행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지자체와의 조율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정은 연내 또는 내년초 서울 내 지역별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7 대책 등을 통해 수도권과 광역권에 대규모 공급계획을 예고했지만 수도권 공급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책 집행 주체의 불안정이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처럼 정책 기획 라인과 실행 라인이 동시에 불안정한 상황은 정부의 공급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공급대책은 부처 간 협업과 LH의 사업 집행이 맞물려야 하는 만큼 현재의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이 발표되고 현장에서 체감하려면 인허가, 착공 등 복잡한 절차가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라인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공급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핵심 정책 결정자의 부재, 지자체와의 정책 불일치가 부동산 시장과 업계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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