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0만 시간 무재해' 기록… 건설 안전, 싱가포르에서 답을 찾다

싱가포르(싱가포르)=김지영 기자
2025.11.27 05:35

[K-건설, 글로벌 헌터스]④김주열 GS건설 인프라해외 사업PM 인터뷰

[편집자주] 'K-건설'이 아시아와 중동 등 해외 건설현장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주택·사회간접자본(SOC)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사이 해외에서는 K-건설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억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 빌딩형 차량기지 T301 현장에서 만난 김주열 상무. 5200만시간 무재해 기록을 세운 T301 현장의 안전 비법을 소개했다./사진=GS건설 제공

싱가포르 동부의 빌딩형 차량기지 'T301 프로젝트' 현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초대형 인프라 공사였다. 하루 300~400명의 작업자가 투입되고, 고소작업·중장비 이동·전동차 선로 공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 현장. 사고 위험 요인이 수없이 겹친 '초고위험 현장'에 속한다.

그럼에도 GS건설은 무려 5200만시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내지 않은 '무재해' 기록을 달성했다. 한 현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하루에 10시간을 근무했을 경우 10시간 무재해 현장으로 계산한다. 한국 건설업계는 물론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도 보기 힘든 기록이다. 특히 플랜트나 교량·철도 현장처럼 위험 공정이 상시 존재하는 해외 인프라 현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기적같은 기록을 일궈낸 싱가포르 T301현장에서 김주열 GS건설 인프라해외사업 PM(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 상무는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다수의 건설현장의 안전 사고와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한국 건설안전은 싱가포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현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고가 나기 어렵게 설계된 시스템'이다. 김 상무는 "T301현장에서는 1m 구덩이 하나를 파도 인부 한 명 뒤에 버디 1명 + 슈퍼바이저 1명 + 세이프티 슈퍼바이저 1명, 총 4명이 붙는다"며 "근로자가 혼자 작업하는 순간을 '0'으로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인 버디 시스템이 기본이며 시공 감독과 별도의 안전감독이 항상 작업을 감시한다.

한국 건설업계는 최근 몇 년간 사고 감소를 위해 기술에 의존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드론 정밀계측, 인공지능 시공관리, 무인 장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김 상무는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김 상무는 "싱가포르는 오히려 사람을 더 투입하는 방식을 택한다. 근로자 한 명의 작업도 여러 명이 돕고 감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인건비 부담과 공사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김 상무는 "싱가포르에서는 최저시급 없이 업무 경력과 공정의 중요도·난이도에 따라 월급이 다르다"며 "적은 비용으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에게 필요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관리에 투입하면 사고 확률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제3국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이같은 임금 구조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혹자는 인권이나 평등 문제를 제기 할 수 도 있지만 결국 '생명을 잃지 않는 안전함'이 가장 큰 인권 보호라는 셈이다.

GS건설은 현장 내에 '안전교육장(Safety School)'을 만들고 2016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상시 운영하며 모든 근로자에게 체험 중심 교육을 반복했다. 교육장에서는 추락체험, 협착 방지 교육, 중장비 접근 감지 훈련, 전동차 선로 전기안전 실습, 긴급 대피 시나리오 반복 훈련 등이 실제 현장 조건과 똑같은 환경에서 이뤄졌다. 김 상무는 "신규 근로자는 투입 전 무조건 여기서 교육을 받고 니어미스(near miss) 적발자도 재교육 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 T301현장의 5200만시간 무재해 기록은 단순한 성과표가 아니다. 싱가포르 건설현장이 어떻게 사고를 통제하고 예방하는지, 한국 건설업이 고민해야 할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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