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다 냈고, 이미 살고 있는데"...입주 1년, 아직 등기 못한 이 아파트

김지영 기자
2026.03.19 04:19

'입주 1년차' 사용승인 지체… 집단소송 참가자 모집
매매·증여·담보설정 등 어려워 '재산권 행사' 제한
판례 상 사업시행자 조합 책임 '일부인정' 가능성도

3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 자이 아파트 앞 인도가 공사 중인 가운데 이삿짐 차량이 출입구 앞에 세워져 있다. 성북구는 이날 장위 자이 레디언트에 대한 임시 사용승인을 내렸다. 단지 주변 기반 시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입주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조합 측이 마련한 안전 대책을 성북구가 받아들여 입주를 허용했다. 2025.3.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내 대단지 아파트인 '장위자이레디언트' 입주민들이 소유권 이전등기 지연문제를 두고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해당 단지는 입주가 시작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최종 준공승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소유권 이전등기가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18일 부동산업계와 입주민들에 따르면 '장위자이레디언트' 입주민 일부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등기지연소송단'을 모집 중이다. 준공허가 지연으로 인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늦어지면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다는 판단에서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장위4구역 재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된 아파트로 총 284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지난해 3월말 성북구청으로부터 준공인가 전 사용허가(임시사용승인)를 받아 입주를 시작했다.

통상 아파트 분양계약자는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한 뒤 일정기간 안에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다. 하지만 이 단지는 아직 최종적인 건축물 사용승인(준공)이 완료되지 않아 등기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아파트 대금을 모두 치르고 실제 거주까지 한 상황임에도 법적으로는 완전한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소송준비에 착수한 일부 입주민은 등기 미완료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변경이나 매매 등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한 입주민은 "입주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준공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아 등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제때 담보대출을 못 받아) 신용불량자가 될 뻔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집단소송 추진과 관련해서는 단지 입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구도로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소송의 상대방이 조합인 만큼 조합 측 책임이 인정될 경우 조합원에게도 일부 배상책임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조합원은 "조합원들도 완공지연으로 일반분양자들과 똑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모든 책임을 조합에 돌리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한다.

정비사업단지에서 등기지연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용승인 절차지연이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사용승인 이후 소유권 보존등기를 거쳐 개별소유권 이전등기가 진행된다. 사용승인이 늦어지면 이후 등기절차도 줄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등기가 장기간 미뤄질 경우 재산권 행사에 제약도 불가피하다. 주택담보대출 변경이나 매매, 증여, 담보설정 등이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단지는 입주가 완료된 이후에도 일정기간 조합이 건물의 소유권을 보유하는 구조다. 이후 이전고시와 청산절차 등을 거쳐야 개별소유권이 분양계약자와 조합원에게 이전된다. 이 과정이 지연돼 입주민과 조합간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합이 최종 소유권 이전에 이르기까지 관리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신 판례는 등기지연 책임이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있다고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2019년 입주한 '헬리오시티'에서는 소유권 보존등기가 지연되자 수분양자 500여명이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입주민들은 소송에서 등기이전이 늦어지면서 매매와 담보대출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었고 금융비용 등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조합이 보존등기 절차를 늦추면서 입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았다고 판단, 조합 측에 8억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내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장위1구역 재개발)에서도 등기지연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빚어졌다. 일반분양 입주민들이 조합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합의 책임을 인정해 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 재개발사업지에서는 등기이전 절차가 늦어지면서 갈등이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성동구 '행당두산위브', 마포구 '공덕자이', 동작구 '흑석자이' 등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발생했다.

대규모 재개발사업의 경우 여러 정비구역의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기반시설 조성까지 맞물리면서 행정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단지는 사업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준공 이후에도 다양한 분쟁이 발생한다"며 "등기지연 문제는 입주민 재산권과 직결되는 만큼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