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쇼크' 팔 걷은 정부, 발 구르는 현장

정혜윤 기자
2026.04.21 04:20

국토부 '비상경제TF' 가동, 가격 동향·공급망 점검
이달 수급지수 60선 추락 전망… 업계 폐업도 늘어나

자재수급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중동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현장에서 '자재쇼크' 우려가 빠르게 확산한다. 정부가 긴급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20일 오전 5개 지방국토관리청(서울·원주·대전·익산·부산)과 화상회의를 열어 중동발 리스크에 따른 건설자재 수급상황과 현장영향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자재생산과 유통현황, 공사차질 가능성 등 전반적인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국토부는 김 차관을 단장으로 한 '건설현장 비상경제TF(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다. 레미콘 혼화제와 아스팔트 등 기초자재와 단열재, 창호, 접착제, 실란트 등 마감재를 포함한 주요 자재의 수급과 가격동향을 일일단위로 관리한다. 아울러 석유화학 원료제품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최종재뿐 아니라 중간재, 원료생산과 유통과정까지 공급망 전반에 대한 현장점검이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5개 지방국토청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토부 본부와 지방청, 자재 생산업계간 실시간 연락망을 구축해 자재별 수급과 가격동향을 보다 촘촘히 파악하고 신속대응하는 방안이 공유됐다. 관련 상황을 정기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방안도 검토됐다.

김 차관은 "건설자재 수급불안과 가격상승이 SOC(사회간접자본) 건설과 주택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자재생산부터 준공까지 공급망 전반을 선제적으로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대응에 나선 상태지만 이미 현장 곳곳에선 위기신호가 감지된다.

주요 자재가격은 동시다발적으로 오르고 일부 품목에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닌 공급 자체가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감돈다. 건설업계에서는 "지금은 가격상승 단계지만 곧 물량확보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란 최악의 전망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자재수급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지표도 급속도로 악화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전월 대비 16.7포인트 급락했다. 건설경기실사지수 세부항목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4월 전망은 더 우울하다. 4월 전망치는 69.6으로 70선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재수급지수가 70선을 밑도는 것은 2024년 지수 개편 이후 처음이다. 2024년 개편 당시 평균 자재수급지수는 88이었다.

중동발 자재수급 불안이 지속되면 공사지연 가능성과 함께 건설경기 둔화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연구원 관계자는 "원가상승 부담이 커지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이나 착공을 앞둔 사업장이 일정을 미루게 되고 결국 건설경기 회복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건설사의 위기감은 더 크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폐업 신고는 345건으로 전월 대비 5.5% 증가했다. 1월 416건에서 2월 327건으로 감소한 폐업건수가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자재수급 불안이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연쇄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 중소 건설현장은 자재문제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상반기 중 자재생산이나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 공사중단과 함께 도미노식 폐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