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이용료 인상을 신호탄으로 철도 등 주요 공공요금 전반으로 '요금 현실화' 압력이 빠르게 번져나간다. 장기간 요금동결로 누적된 적자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선 2000원(50%) 국제선 5000원(김포공항 30%, 지방공항 42%) 수준의 공항 이용료 인상을 추진한다. 공항운영비와 시설투자 비용은 꾸준히 늘었지만 이용료는 20년 넘게 묶여 있다.
실제 공항공사는 연결기준 △2021년 2311억원 △2022년 1876억원 △2023년 1311억원 △2024년 1345억원 △2025년 5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회복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항 이용료 조정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국내선 이용료는 3000원에서 4000원으로, 국제선은 9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후 23년간 한자리에 묶여 있었다. 그간 물가상승은 물론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했을 때도 공항 이용료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도시철도, 철도 등 요금인상을 추진했거나 검토 중인 다른 공기업들의 사정도 유사하다. 적자구조가 고착되면서 '요금 현실화' 없이는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다.
도시철도는 이미 요금인상 수순을 밟았다.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의 기본요금은 지난해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올랐다.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 당기순손실 7241억원을 포함해 누적 적자가 19조원 가까이 쌓였다. 낮게 책정된 요금체계가 구조적 적자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요금인상이 절실했다는 평가다.
공공요금 인상압력은 교통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분위기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이 정부의 물가관리 기조에 따라 동결기조를 이어가지만 원가상승과 누적 적자부담이 계속 쌓이면서 하반기 이후 조정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공기업 전반의 요금을 묶어둔 대가가 재무악화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억눌렸던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조정되는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물가자극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지만 공항을 시작으로 철도·도시철도 등 교통요금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다른 공공요금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도 지난해 2011년 이후 14년 만에 KTX(고속철도) 운임을 최대 17%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철도요금이 마지막으로 오른 2011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27%, 고속버스 요금은 21%, 최저임금은 128% 각각 상승했다.
실제 코레일은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갈수록 경영상황이 악화한다. 코레일은 2021년 연결기준 1조15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2022년 2350억원 △2023년 4516억원 △2024년 4999억원 △2025년 3578억원 등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다만 요금인상 시점은 변수다. 현재 코레일은 SRT(수서발고속철도) 운영사 에스알(SR)과 통합을 추진 중이다. SRT 요금이 KTX보다 낮은 상황에서 통합 이전에 요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실제 양사의 중련운행(KTX와 SRT 열차를 연결운행) 과정에서도 KTX 운임을 SRT 수준에 맞춰 약 10% 낮춰 적용한다.
통합 이후 요금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인상 또는 조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요금 현실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분위기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요금인상 여부를 지금 단계에서 공식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운영비 증가와 재무부담을 고려하면 '요금 현실화' 필요성엔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