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병원 41곳서 거절당했다...산모 '뺑뺑이' 태아 사망

"의사 없어" 병원 41곳서 거절당했다...산모 '뺑뺑이' 태아 사망

윤혜주 기자
2026.05.04 05:46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충북 청주에서 29주 고위험 임신부가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타 지역으로 이송되던 중 태아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소방 당국 등이 전국 40여 개 병원에 수용 요청을 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7시쯤 30대 임신부 A씨는 출혈 증상을 보여 청주시 흥덕구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같은 날 오후 11시 3분쯤에는 태아의 심박수가 떨어져 상급 의료 기관으로 전원 조처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산부인과는 충북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대전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순천향대병원 등 충청권 병원 6곳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전문의 부재로 수용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병원 측의 신고를 받은 충북소방본부는 소방청과 보건복지부에 지원을 요청하며 전국 단위 병상 확보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통상 15분의 자체 수배를 진행한 뒤 중앙 지원을 요청하지만, 당시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해 12분 만에 전국 단위 수배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수도권(서울 3곳, 경기 5곳, 인천 3곳), 충청권(충남 2곳, 충북 3곳), 영남권(부산 5곳, 대구 5곳, 경남 4곳, 울산 1곳), 호남권(광주 2곳, 전북 3곳, 전남 1곳), 강원 2곳, 제주 2곳 등 전국 41개 의료기관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소방당국은 전국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부산동아대학교병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헬기로 3시간20여분 만에 A씨를 이송했다. 지난 2일 오전 2시 25분쯤 병원에 도착해 수술받았으나 태아는 끝내 숨졌다. A씨는 수술 후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은 응급 분만 체계의 구조적 결함과 고위험 임산부를 전담할 전문의 부재가 맞물려 발생한 비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도내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NICU)을 갖춘 충북대병원조차 인력난으로 A씨를 받지 못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조산과 출혈이 동반된 상황은 고위험 분만에 해당해 산과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시 당직이 부인과 전문의여서 진료를 볼 의사가 없어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현재 충북대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산과 2명, 부인과 3명 등 모두 5명이다. 이 가운데 산과 전문의 1명은 해외 연수 중으로 결국 1명이 모든 응급 상황을 담당하는 셈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응급 상황 시 병원 선정은 거리보다 수용 가능 여부가 우선"이라며 "A 씨 이송 중에도 더 가까운 병원을 계속 확인했지만,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월 말에도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였던 쌍둥이 산모가 병원을 찾지 못해 신고 4시간 만에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 1명은 태어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저산소증으로 숨졌고, 다른 1명은 뇌 손상을 입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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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주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윤혜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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