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문제로 본인 소유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반전세로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의 비거주 1주택 규제 움직임 때문이다. A씨는 전세를 준 아파트를 실거주로 전환할지, 아니면 반전세를 유지할지 조만간 결론을 낼 생각이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며 전세난이 심화한다. 집주인들이 실거주로 돌아서는 흐름에 더해 비거주 1주택 규제강화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전세공급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1만837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30일 2만6991건과 비교해 8614건 줄어든 것으로 감소율이 31.9%에 달한다. 전세수요는 유지되는 반면 공급이 급감하며 수급 불균형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감소속도는 외곽지역에서 훨씬 가파르다. 중랑구는 428건에서 63건으로 85.3% 급감해 사실상 매물이 바닥난 수준이다. 관악구(465건→100건) 노원구(1013건→224건) 성북구(711건→161건) 등도 70% 이상 줄어드는 등 전세매물이 빠르게 사라진다. 금천구(216건→58건)와 구로구(442건→125건) 역시 각각 73.2%, 71.8% 감소했다. 이밖에 강북구, 서대문구, 마포구, 동작구, 동대문구 등도 60% 안팎 줄며 서울 외곽지역 전반에서 전세매물이 동시다발적으로 급감하는 흐름이다. 거래 가능한 수준의 전세매물은 이미 소진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강남권은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서초구는 5689건에서 4283건으로 24.8% 줄었고 강남구도 4836건에서 4302건으로 11.1% 감소하는데 그쳤다. 용산구(-12.3%)와 강동구(-12.2%) 등도 비슷한 흐름이다.
전세매물 부족은 강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1162가구)는 이날 기준 전세매물이 5가구에 불과하다. 대단지임에도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수준이다. 같은 수서동의 수서한아름아파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중대형 평형 위주의 구성에도 전용 163㎡ 기준 전세매물이 3가구뿐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세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전월세 물건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특별공급 등 비거주 혜택이 줄어들면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가 살려는 움직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물부족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방의 '2026년 1분기 아파트 다방여지도'에 따르면 서울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전세 보증금은 7억1068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005만원(7.6%) 오른 수준이다.
전셋값 상승은 서울 전역에서 확인됐다. 25개 자치구 중 24개구에서 전세보증금이 전년 대비 올랐다. 상승폭은 강동구가 1년 새 1억1416만원 올라 19.8%로 가장 컸다. 이어 △송파구(15.3%) △광진구(14.9%) △성북구(13.2%) △서초구(12.3%)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전세공급 감소가 이어지면 매매시장으로 수요이동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전셋값 상승부담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가 매수로 전환되면서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