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수자금에서 증여·상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등하는 등 대출규제 강화 이후 움츠러든 대출의 자리를 '가족자금'이 대신하는 모습이다.
17일 국회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 1~4월 주택 취득자금 중 증여·상속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처분을 통해 조달된 자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과거 보조적 수단에 머물던 증여·상속 자금이 시장의 주요 유입경로로 격상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전체 증여·상속 자금이 약 6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불과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의 절반을 넘어섰다.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자금구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택 마련에 쓰인 증여·상속 자금은 2022년 1조8000억원 수준까지 감소하며 저점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 정체국면을 거쳤다. 증여·상속 자금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24년부터다. 증여·상속 자금규모는 2024년 약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데 이어 2025년에는 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3.5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서울의 상속·증여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서울의 상속·증여 자금은 2022년 8000억원 수준에서 2025년 약 4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전국 대비 서울의 비중도 약 68%에 달한다. 증여·상속 자금의 상당부분이 수도권, 특히 핵심입지로 집중된 모양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양상이 단순한 지역쏠림을 넘어 자산축적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속·증여 자금유입이 늘어나면서 주택구매의 전제조건이 '소득'이 아닌 '가족의 자산규모'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강도 높은 대출규제가 자리한다. 대출을 통한 주택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상속·증여가 급격히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도 심화한다. 자산을 이전받을 수 있는 계층은 핵심입지에 진입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시장접근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가 고착화한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자산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부의 대물림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사회초년생·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구매 대출한도를 올리는 등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