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택자 A씨 부부는 요즘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옛 신혼집이었던 서울 광진구의 B 아파트가 최근 15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한 때문이다. 대출이라도 받아 전세로 살던 신혼집을 매수했어야 했었다는 후회와 함께 "이제라도 집을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이 머릿 속을 어지럽힌다. A씨가 결혼 이후 10년여 간 전세살이를 하는 동안 주변 아파트값은 10억원 가까이 폭등했다. 하지만 지금도 마음 한켠에는 '상투를 잡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과 부동산 세제 개편 등 정부의 집값 안정화 노력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다.
5일 머니투데이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시장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 전원이 무주택자의 주택 매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적인 관망'보다는 자금 여력 내에서의 매수를 권했다. 향후 수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데다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회비용 측면에서 관망의 실익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은 2만7158가구로 지난해보다 41.8% 감소했다. 내년에는 1만7197가구로 입주 규모가 한층 더 줄어들 전망이다. 2022~2023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신규 인허가와 착공이 크게 감소한 여파다.
올해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을 보면 2~3년 후 공급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5월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1만5398호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고 착공은 6615호로 25.3% 줄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향후 수년간 서울 입주 물량은 가뭄 수준이 될 것"이라며 "청약 가점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다면 실거주 목적의 매수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 '영끌'식 무리한 매수는 금물"
전셋값 상승세도 매수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1㎡당 매매 중위가격(1301만5000원)은 1년 전보다 0.5% 상승한 데 비해 전세 중위가격(798만2000원)은 9.3% 급등했다. 등록임대사업자를 비롯한 다주택자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실거주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세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결과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양도세 강화가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매도 대신 장기 보유를 선택한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 부담을 전월세 가격에 일부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전월세 시장은 수급 불안으로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실거주 목적의 1주택이라면 7월 부동산 세제 개편 이후 시장 흐름을 확인하면서 급매물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다만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끌'식 무리한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매수 타이밍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최소 2~3년간의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자금 여력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혼란' 국면으로 진단했다. 금리 향방은 물론 정부 규제 속도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강세, 반도체 성과급 등으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난다는 점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 효과에 대해선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 수요 분산, 세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5일 머니투데이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부동산 시장 긴급 설문' 결과 현재의 규제 중심 정책이 시장 안정 효과 이상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각종 규제와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이 시장 내 유통 매물을 줄이고 똘똘한 한채 선호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의 매매·전세·월세 등 이른바 트리플 강세를 풀어낼 해법으로는 공급 확대를 가장 먼저 꼽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풀어나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공급 정상화가 중장기 시장 안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기 신도시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토지 보상과 착공 속도를 가시적으로 끌어올려야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도권 수요가 원하는 곳에 집을 공급해야 한다"면서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부동산시장 불안을 잠재울 단기 해법으로는 비아파트로의 수요 분산 전략을 추천했다. 아파트에 집중된 수요를 완화하기 위해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비수도권으로의 수요 이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공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과열 양상을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임대시장 불안 완화를 위해 다주택자 억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임대사업 활성화나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반기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세제 정책이 꼽혔다. 현재의 보유세·양도세 구조는 거래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매물 잠김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 범위에 따라 매물 출회 여부 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거래세 조정은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고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다만 정책 변화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매물 출회와 잠김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의 추가 규제가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라며 "비거주 1주택자 규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소급 폐지, 보유세 인상 등 예상되는 정부 규제의 강도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어디로 이동할지도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자금이 모이게 된다"며 "현재 주식시장에 쏠린 자금이 조정 국면을 맞으면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부족과 유동성이라는 근본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상승 압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대책과 세금 압박 등으로 정책 효과의 한계점이 이미 드러났고 수요층도 내성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의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보다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앞당기는 정책이 훨씬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