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로 실수요자들의 구매 가능 가격대가 한층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대출 규제 이후 중저가 아파트로 이동했던 수요가 이번에는 더 낮은 가격대로 확산하는 반면 일부 실수요자는 매수를 미루고 전월세 시장에 머물면서 거래 위축과 임대차 시장 불안이 동시에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종전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들면 이 같은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구매 가능 가격대가 낮아지고 서울 외곽이나 경기 비규제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는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초소형 아파트와 빌라, 다세대주택 등으로까지 수요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존 6억원 대출 한도 때도 수요가 고가에서 중저가 아파트로 이동했는데 3억원 한도가 적용되면 구매 가능한 가격대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에서는 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는 만큼 경기 비규제지역이나 10억원 미만 아파트가 있는 지역으로 수요가 단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출 규제 이후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5.80%를 기록한 가운데 강북 14개구는 6.65% 올라 강남 11개구(5.04%)를 웃돌았다. 상승률 상위 지역 역시 동대문구(10.13%), 강서구(9.66%), 성북구(9.55%), 관악구(8.65%), 서대문구(8.33%) 등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는 구매 가능한 더 낮은 가격대의 주택을 찾게 된다"며 "서울에서는 5억원 안팎의 초소형 아파트와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는 이전보다 위축되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출 한도 축소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10억~15억원대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실수요자가 매수를 미루고 임대차 시장에 머물 경우 전월세 수요가 늘면서 이미 부족한 매물과 맞물려 전셋값과 월셋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실수요자는 구매 가능한 더 낮은 가격대의 주택으로 이동하겠지만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수요는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월세 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거래는 줄이더라도 집값을 끌어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전월세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실수요의 매수 전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은행권 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기조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중하위권과 수도권은 거래가 다소 둔화하겠지만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전월세 매물 부족에 따른 일부 임차인의 매수 전환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송승현 대표는 "대출 규제가 이어질수록 시장 전체 수요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추가 규제를 우려한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막차 수요 심리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