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급' 강조에도 현실은 공급난…'입주 가뭄'이 만든 공급의 시차

정혜윤 기자
2026.08.02 15:25
상반기 주택 공급 지표/그래픽=윤선정

정부가 '빠른 공급'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공급 확대 체감도는 정부의 공언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착공' 기준으로 공급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공급보다는 '입주' 기준으로 공급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장 사이 이 같은 간극이 공급 부족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착공은 11만800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늘었다. 분양도 10만9186가구로 60.7% 증가했다. 반면 준공은 10만3735가구에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 49.5% 급감한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상반기 서울 착공은 1만3121가구로 지난해보다 2% 늘었고 분양은 1만3773가구로 110% 급증했다. 반면 준공은 1만5160가구로 52.1% 줄었다. 전체 주택이 아닌 아파트 준공으로 대상을 좁히면 감소 폭이 무려 58.4%에 달한다. 착공과 분양은 회복됐지만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새 아파트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배경에는 주택 공급의 '시차'가 있다. 주택은 인허가와 착공, 분양을 거쳐 준공과 입주에 이르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린다. 착공은 공사를 시작한 단계이고 분양은 입주자를 모집하는 절차다.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은 결국 준공 이후 입주가 이뤄질 때 나타난다.

정부도 이런 특성을 고려해 올해부터 공급 목표를 인허가가 아닌 착공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착공이 이뤄지면 대부분 준공으로 이어지는 만큼 공급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서울 6만8000가구, 수도권 26만8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빌라와 아파트 단지. 2025.12.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다만 착공 증가가 곧바로 입주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늘어난 착공과 분양 물량이 실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통상 3~5년이 걸린다. 최근 입주 물량 감소 역시 현재의 공급 확대 정책 때문이 아니라 2022년 이후 이어진 착공 부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다. 정부도 최근 3년간 서울과 수도권의 착공이 장기 평균을 크게 밑돌면서 올해부터 서울·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정부는 그간의 착공 부진을 되돌리기 위해 올해부터 착공 실적을 대폭 늘리기로 했지만 실제 성적이 이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시장이 공급 확대를 체감할 수 있는 시점도 뒤로 더 밀리게 됐다. 실제 상반기 수도권 착공은 6만5204가구로 연간 목표의 약 24% 수준에 머물렀다. 하반기 착공이 늘더라도 입주 물량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는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가격 상승 기대도 유지되고 있다"며 "공급 확대나 추가 안정화 정책이 구체화하지 않는 한 서울 중심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공급 확대 정책의 성패는 착공 실적보다 실제 입주 물량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은 착공보다 입주를 통해 공급을 체감한다"며 "현재는 미래 공급보다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새 아파트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공급 정책 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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