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아직 국회 입법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민간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최고층 스틸 모듈러 아파트가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고 모듈러 주택은 홈쇼핑 상품으로까지 등장했다. 국회 원구성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도 공공주택 발주를 대폭 늘려 산업 생태계 확대에 나선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 연말 경기 시흥시 거모 공공주택지구 A1블록에서 스틸 모듈러 방식의 아파트 착공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내 스틸 모듈러 건축물 가운데 가장 높은 14층 규모다.
스틸 모듈러는 철골로 박스 형태의 프레임을 제작하고 바닥·벽체·천장 마감 등을 공장에서 상당 부분 마친 뒤 현장에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기존 현장 중심의 건축 방식보다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윗집 바닥과 아랫집 천장 사이의 완충 공간 등을 활용해 층간소음을 줄이는 등 주거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듈러 주택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유통시장에도 등장했다. LG전자는 최근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를 국내 최초로 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20평대 단층 신모델을 출시한 뒤 아울렛 매장에서 진행한 전시에는 7월 말까지 한 달간 약 7000명이 찾았다. 아파트가 아닌 단층·복층형 주택이지만 홈쇼핑까지 판매 채널을 넓히면서 모듈러 건축이 일반 소비자에게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민간의 시장 확대 움직임과 달리 제도 정비는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함께 발의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모듈러 건축 활성화 및 지역 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모듈러 건축은 기존 방식보다 공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딘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해 9·7 대책에서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입법 여건도 달라졌다. 국토부는 지난달 업무보고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법안에 특별한 이견이 있다기보다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 논의가 지연된 것으로 보고 원구성 이후에는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회 원구성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관련 법안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위원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부터 의무화해야 한다"며 내년도 관련 예산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입법과 별개로 공공 발주를 늘려 시장 확대에 나선다. 국토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한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를 확대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1000가구 수준이던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를 올해 3000가구 수준으로 3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