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산공원을 활용한 대규모 주택공급을 검토하는 데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값을 잡지 못하는 책임을 용산공원으로 덮어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국민의힘 서울시당 '막힌 공급, 징벌적 과세' 토론회에서 "용산공원 보존은 진영을 막론하고 역대 정부가 모두 지켜온 약속"이라며 "당장의 주택공급 성과를 위해 법의 원칙을 뒤집고 미래 자산을 훼손하는 것은 국정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이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공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의 1인당 도보생활권 공원 면적이 5.7㎡에 불과해 뉴욕·런던·파리 등 주요 도시와 비교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녹지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정부에 이 같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용산어린이정원을 택지나 아파트 부지로 활용한다는 정부 안을 서울시는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서울시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을 언론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뜻을 강하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정부와 서울시 간 주택정책 협의 방식과 용산공원 개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 도심의 공급 대안으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비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할 수 있고 이 가운데 기존 주택을 제외한 순증 물량이 8만7000가구에 달하는 만큼 신규 택지 발굴보다 사업성이 부족해 멈춰 있는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규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등 사업 속도를 가로막는 핵심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서울시는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서울시민의 재산권과 주거권, 삶의 질을 해치는 정책에는 단호히 반대해 뜻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주택공급 목표의 실현 가능성과 세제개편 방향을 둘러싼 지적이 쇄도했다.
'8·13 주택 신속공급·금융 종합대책'을 주제로 발표한 김성환 연구위원은 정부의 수도권 착공 목표가 과거 실적과 비교해 비현실적이라고 질타했다. 김 연구위원은 "9·7 대책과 8·13 대책의 착공 목표를 합산하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연평균 29만4000가구를 착공해야 한다"며 "지난해 전국 착공 물량이 29만3000가구였고 2005년 이후 수도권에서 한 해 29만4000가구를 착공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입주 물량이 부족한 시기에 비아파트 공급을 앞당기는 방향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청년층의 수요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4억원 이하 빌라 등 비아파트를 구입하는 청년에게 주택가격의 최대 80%까지 빌려주는 정책모기지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청년을 위한 주거 사다리라고 평가하지만 청년 입장에서는 '아파트가 아니라 비아파트에서 살라는 것이냐'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26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안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있는 만큼 가격이 물가 수준에서 과도하게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을 세제로 직접 억누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이사장은 "장기보유공제를 '투기 혜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보유를 기본으로 하되 거주에는 추가 혜택을 주는 구조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세금이 시장을 누르는 장치가 아니라 주거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진장익 중앙대 교수, 허윤경 한국주택학회 부회장, 심형석 IAU 교수,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김지엽 성균관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