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지엔 집 짓자" vs "역사의 죄인"…김윤덕·오세훈 용산공원 평행선

정혜윤 기자, 김지영 기자
2026.08.20 15:33

[용산 공급 줄다리기] (종합)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정부의 추가 주택 공급대책 발표를 앞두고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서울 핵심 주택 공급부지를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마련됐다. 2026.8.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주택 공급 등을 놓고 1시간가량 대화를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토부는 이미 훼손된 부지를 중심으로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 등을 위한 주택을 제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한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 본체 부지의 주거용 전환에는 어떤 경우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양측은 다음주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만나 용산공원을 비롯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량,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수도권 주택공급 현안을 논의했다.

면담 직후 김 장관은 "오세훈 시장과 주택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많이 나눴다"면서도 "(서울시와의) 입장차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원칙적 반대고 저는 찬성"이라며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국토부가 구상하는 방식이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 전체를 놓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훼손된 곳에 대해서 정화하고 제한적으로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공원을 잘 지키는 것과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이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문제가 선결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청년 신혼부부 문제가 심각하니까 이것만은 시장과 저랑 힘을 모아서 해보자"는 취지로 오 시장과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무조건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비닐하우스 등이 들어선 훼손 지역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은 용산공원 본체의 주거 전환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면담 직후 "결론적으로 용산공원에 대해서는 평행선"이라며 "용산공원 본체의 아파트 부지 전용은 어떤 경우에도 서울시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용산공원을 서울시민의 삶의 질과 여가를 위한 공간이자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의 핵심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오 시장은 주거용 전환에 동의하면 "서울시장이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 것"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여야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2026.08.20. kmn@newsis.com /사진=

국토부가 용산공원 내 어느 부지를 주택 공급 용도로 활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 장관은 용산 공원 부지를 활용한 공급 물량을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오 시장도 국토부에 구체적으로 어느 부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여러 차례 물었지만 "아직 확정되고 정리된 입장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장교 숙소와 방위사업청 부지, 용산어린이정원 등이 주택공급 용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토부가 이 중 어느 곳을 실제 주택 공급에 활용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공급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숙의 절차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용산공원의 보존과 주택 공급을 놓고 토론회나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서울시의 지금과 같은 반대 입장이 고수할 경우 정부가 독자적으로 공론화 절차를 시작할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김 장관은 "(오늘 서울시와) 입장차를 정확하게 확인했으니 다음 주 만나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토양오염 정화 비용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은 모습이다. 활용 부지와 공급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정화 대상과 비용 부담 주체 등도 확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장관은 오염 정화에 수조원이 들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논의하면서 찾아갈 것"이라며 "그런 디테일한 검토는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요구해온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다른 주택공급 현안에 대해서도 양측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김 장관은 "각자 검토도 하고 주변 의견도 더 들으면서 내부 이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기대했던 공급 방안에 대한 절충점을 일궈내기보다 서로의 뚜렷한 시각차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모습이다. 다음주 재회동을 예고했지만 어느 한쪽의 입장 변화나 양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의견 조율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장관은 '사실상 다음 주 담판 아니냐'는 질문에 "담판이라기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얘기할 것"이라면서도 "꼭 만난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 등 주택 공급 후속 법안 처리를 다음 주로 연기했다.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정비법 등 일부 공급 관련 법안도 함께 처리가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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