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로망이었는데" 텅텅 빈 집...'미분양의 섬' 전락

김지영 기자
2026.09.15 04:10

석달간 전국 1% 늘때 22% ↑
'한달살기' 몰린 수요 시들해져
준공 후 주인 못 찾은 집 '71%'

한때 한달살기와 제주살이 로망으로 외지인 수요가 몰린 제주 주택시장이 끝모를 침체의 늪에 빠졌다. 제주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미분양 물량이 숨어 있다.

제주도 아파트 미분양 현황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말 현재 제주 미분양 주택은 3303가구로 전월(2909가구)보다 394가구(13.5%) 증가했다. 관련 통계작성 이후 처음 3000가구를 넘어선 규모다. 5~7월 석 달간 미분양 물량이 603가구(22.3%) 늘었다. 같은 기간에 전국 미분양 주택 증가율 1.1%와 비교하면 제주의 미분양 증가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준공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빠르게 쌓여갔다. 7월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2364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71.6%를 차지했다.

올 1월만 해도 2102가구던 미분양 물량이 6월 2239가구로 불어나더니 7월에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청약부진을 넘어 이미 지은 집마저 소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미분양은 외지인 수요를 겨냥한 읍면지역에 집중됐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미분양 2621가구 중 읍면지역 비중은 56.8%에 달했다. 관광지 인근과 세컨드하우스 수요를 기대해 공급된 주택이 장기 미분양 물량으로 남았다.

미분양 증가 속에서도 분양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5년 2월 기준 제주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612만9000원이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외지인 매수세가 약해지기 시작한 2023년말 분양가 역시 3.3㎡당 2574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48%를 웃돌았다. 외지인의 제주 주택매입은 2023년 1498건으로 전년 대비 34.5% 급감했다. 외지인 투자수요가 줄어든 이후에도 과거의 높은 수요를 전제로 형성된 분양가가 유지되면서 미분양이 빠르게 늘어난 모습이다.

미분양 피해는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단지가 사실상 통째로 공매에 넘어가는 것은 물론 몸값을 수억 원 낮춘 할인분양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애월읍에서는 준공한 지 1년도 안된 425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한 가구만 분양된 채 나머지 물량이 모두 공매에 부쳐졌다. 다른 애월읍 아파트는 6억원대인 분양가를 4억원대로 낮추는 대규모 할인분양을 진행했다.

이른바 한달살기 수요로 인해 한동안 활기를 띠던 임대차 시장도 온기가 식은 것은 마찬가지다. 7월 제주의 전월세 거래량은 2403건으로 전년 동월(2705건)보다 11.2% 줄었다. 같은 기간 매매 거래량 감소폭(4.2%)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제주는 관광객이나 한달살기 수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주택 매수수요까지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외지인 투자수요가 약해진 만큼 실제 거주수요와 임대수요에 맞춰 분양가와 공급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