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인접 지역에 약 10만4000가구 규모의 신규택지 공급계획을 구체화했지만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 대규모 공급 물량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토지보상과 교통망 확충 등 사업 지연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13 주택 신속 공급방안의 후속 조치로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6곳에 7만6700가구를 공급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발표한 3곳 2만7200가구를 포함하면 총 10만3900가구 규모다.
이번에 발표한 후보지는 △김포아라 3만7000가구 △구리건원 1만4600가구 △하남미사 K-컬처 1만2000가구 △하남감일2 6500가구 △고양대곡지식융합 확장 4000가구 △의정부다락원 2600가구 등이다. 모두 서울 경계에서 약 5㎞ 이내에 위치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으로 정부는 2030년까지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 대규모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이미 훼손된 개발제한구역과 사업이 장기 보류됐던 부지를 묶어 속도를 택한 결과로 보인다"며 "서울시와의 이견, 과거 보금자리지구의 소송 전력을 감수하지 않는 쪽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역별 입지와 교통 여건에 따라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규 추가 물량의 절반 정도인 3만7000가구가 김포아라지구에 집중된 반면 서울 강남권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하남미사와 하남감일2의 공급 규모는 1만8500가구에 그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하남은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 서울 수요를 분산하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김포와 의정부는 강남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수도권 공급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서울 경계와의 물리적 거리도 중요하지만 주요 업무지구까지 실제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입주 시점에 철도 등 기반시설이 얼마나 갖춰지느냐가 서울 주택 수요를 실질적으로 분산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리와 하남미사, 고양대곡 등 산업·문화시설 개발계획이 추진되던 지역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자리와 주거, 문화시설을 결합한 '직주락(職住樂)'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와 주택 공급에 치중하다 자족기능이 약화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직주락을 결합한 구성은 1~2인 가구와 신혼부부가 선호할 수 있는 문화·주거 복합형 상품으로 도시개발과 주거상품을 연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효선 위원은 "산업단지 등이 주택 중심으로 전환되고 주변 일자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이 될 수 있다"며 "당장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다가 20~30년 뒤 인구구조가 달라졌을 때 도시의 주거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시장 안정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2018년 처음 발표된 3기 신도시의 경우 인천 계양지구의 첫 입주가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다. 발표부터 첫 입주까지 약 8년이 걸린 셈이다.
정부는 이번 신규택지에 '공공택지 최단기 착공모델'을 적용해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보상 방식이 유지되는 만큼 실제 사업기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 단계들을 병행하는 최단기 착공모델이 처음 적용되지만 토지수용은 종전과 동일한 협의보상 방식인 만큼 실제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착공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당장의 매매·전월세시장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나 전월세 가격을 즉각 안정시키기보다는 중장기 공급 부족 우려와 기대심리를 완화하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의 전월세 불안에 대응하려면 신규택지뿐 아니라 도심 정비사업과 공공임대, 비아파트 공급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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