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우조선, 풀 수 없는 매듭

강기택 경제부장
2017.03.24 06:02

대우조선해양은 풀 수 없는 매듭이다. 채권단이 23일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지만 매듭을 푼 게 아니다. 죽일 수 없으니 살려두는 것뿐이다.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넣어 빚을 자본금으로 바꿔주면 2021년 매출 6조2000억원, 영업이익률 1.5%의 중형 조선소가 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12조7000억원)은 반 토막이 난다. 9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다고 하나 빚(RG 제외)이 2조3000억원이므로 4% 이상의 이자를 물면 순익은 못 낸다.

이런 시나리오라도 현실화하려면 3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첫 번째 수주의 양, 두 번째 수주의 질, 세 번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15억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웠지만 15억달러만 일감을 따냈다. 올 들어서도 6억달러에 그쳤다. 그래서 채권단도 ‘지극히 보수적’이란 수식어를 붙이면서 올해 목표치를 20억달러로 낮췄다. 이런 수주절벽은 내년 이후 매출절벽으로 이어진다. 의미 있는 수주회복이 없다면 ‘회생’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수주가 늘어난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대우조선의 ‘저가수주’ 관행을 볼 때 수주잔량이 340억달러(114척)로 세계 1위라는 것은 곧 ‘잠재부실 세계 1위’라는 얘기다. 올해와 내년에 선주에게 넘겨줄 배가 각각 48척, 36척인데 여기서 얼마나 더 손해를 볼지 알 수 없다. 지을 배가 절실한 대우조선으로선 싼값에 계약을 따오던 습관을 고치기도 쉽지 않다.

자산을 팔려면 시장 상황이 받쳐줘야 하는데 이 역시 대우조선엔 불리하다. 자산을 어떻게든 빨리 처분해야 하는 대우조선의 ‘패’를 인수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어 제값을 받기도 어렵다. 인력감축은 노조의 저항과 정치권의 개입으로 난이도가 더할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1만443명의 직영인력을 내년 상반기에 9000명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2021년까지 최소 30%는 잘라야 하는데 무급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이 ‘무한갈등’ 없이 될 리 없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대우조선의 명줄을 이어줘도 이처럼 사안은 간단치 않다. 그럼에도 살려두는 건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부도로 인한 충격도 크기 때문이다. 임기가 47일 남은 정부나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를 감당할 수도 없다.

대량실직과 지역경제의 몰락은 한국경제에 이롭지 않다. 삼성중공업과 함께 경남 거제시 경제의 양대 축인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협력업체가 산재한 부산과 경남의 다른 지역까지 악영향을 받는다. ‘총대’를 메고 대우조선을 지원하다 거덜 난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도 더 망가진다.

게다가 대선 직전이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반드시 대우조선과 조선산업을 살려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부산·경남의 표밭을 버리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각 정당의 대선 후보 중 대우조선을 죽여야 한다고 나설 후보는 없다.

그러나 언급한 3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대우조선은 그때 다시 한 번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정상화 뒤 M&A’는 한낱 바람에 그칠 것이다.

아무튼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까닭에 대우조선의 궁극적인 처리는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필요한 건 매듭을 풀려는 시도가 아니라 과감히 자르겠다는 결단이다. 그러므로 대선 후보들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해 “살리겠다”고 말하면 스스로를 묶는 매듭이 될 수 있다. 이미 세 번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이 사는 것과 한국 조선업이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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