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억씩 폭증에 빗장…은행권 "선의의 실수요자 피해 우려" 신중론도

역대급 증시 호황을 타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빚투(빚내서 투자)'가 폭증하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자율규제를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는 한편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일반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의 최대 한도는 5000만원으로 제한키로 했다. 이 조치는 별도 안내 시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서민금융상품과 정책성 대출 등 일부 상품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약정금액 3000만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통장 중 약정기간 및 만기 직전 3개월 기준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인 계좌는 만기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감액키로 했다.
또 신용대출에 대해 '일별' 한도를 정해 관리한다. 대면과 비대면 신용대출 합산 일별 접수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을 막는 것이다. 다만 서민금융대출과 상생대환대출 등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품은 접수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 신규 신청 시 차주의 연 소득과 관계없이 개인별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현재 개인신용대출은 지난해 6·27 대책에 따라 연 소득 범위 내에서 가능하므로 고액 연봉자의 경우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도 가능했던 만큼 고소득자를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 시 미사용 한도 감액을 강화하는 조치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상품 특성에 따라 감액에 있어 일부 예외를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예외 조항 없이 규정에 따른 감액 조치를 적용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P),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2%P 각각 축소한다. 우대금리를 줄이면 대출금리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을 낮춰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신용대출 신규와 갈아타기(대환) 접수를 중단했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핀다·토스·뱅크샐러드 등 플랫폼을 통한 유입을 차단해 신용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취지다.

은행권에선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총량을 넘어 '신용대출' 항목 단위로 조여온단 점에 주목한다. 급속도로 불어난 '빚투'가 가계부채 뇌관으로 떠올랐단 당국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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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는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닌데 당국이 신용대출 항목을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일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8조1379억원으로 일주일 전(107조5048억원) 대비 6331억원 늘었다. 영업일당 1000억원 이상씩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은행권은 과도한 '빚투' 열풍에 따른 개인 금융 리스크 우려에는 공감하면서도,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로 인해 선의의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하고 있다. 당국이 전날 고액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자율조치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지만 5대 은행 중 3개 은행은 아직 한도를 축소하지 않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잔액이 연말 대비 아직 순감이라 대안을 급히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라며 "수익의 관점도 있고 투기 목적이 아니라 병원비, 생활비 등 실제 수요가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하기에 신용대출 한도를 정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