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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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 새가 새끼를 둥지 끝으로 데려간다. 아직 날갯짓이 서툴러 수없이 떨어지지만 날갯짓을 반복하며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어느 날 신기한 피지컬 AI(인공지능) 드론이 나타난다. 드론은 아기 새를 태우고 어디든 날아다닌다. 아기 새는 더 이상 떨어지거나 힘겹게 날개를 퍼덕일 필요가 없다. "이제 날갯짓 연습은 필요 없어. " 그런데 어느 날 드론의 배터리가 방전된다. 그제야 아기 새는 자신의 날개를 펼쳐본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날아본 적 없는 날개여서 무거워진 몸을 띄우지 못한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사라지고 있다. 똑똑한 생성형 AI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과거 로펌의 주니어 변호사나 컨설팅펌의 주니어 분석가들에게 맡긴 자료 조사,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등 기초 업무들을 '에이전틱(Agentic) AI'가 완벽히 대체해서다. 신입사원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역시 높다.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에선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이 수천만 원 규모로 즉각 나타난다고 했다.
경제는 지표상으로만 봤을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난 1분기 GDP(국내총생산) 명목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17. 1%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995년 3분기(19. 2%)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 성장률이다. 10%대를 웃도는 명목 성장률은 과거 고도성장기 때에만 볼 수 있던 숫자다. 최근 부침을 거듭하던 한국 경제가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전 산업 분야가 골고루 선전을 했다기 보단 인공지능(AI) 투자붐에 힘입은 반도체 단일 품목의 유례 없는 수출 호조가 우리 경제의 멱살을 잡고 지표를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물론 반도체 초호황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우선 대한민국이 시의적절한 투자를 통해 AI 대전환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글로벌 변화를 주도하는 국가가 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막대한 세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단일 부문의 호황이 곧 경제의 균형 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은 5년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던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서울 집값이 요동치고 있던 시점이었지만 그는 '집값'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1년6개월만에 이렇게 바뀐다.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2021년 5월 취임 4주년 연설) 문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수차례 재임 기간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고 퇴임 후 출연한 유튜브에선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1년 밖에 안됐지만 시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대통령이 1월말 엑스(X)에 썼던 "부동산 정상화는 5천피(코스피지수 5000 돌파), 불법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 글도 소환된다. "부동산은 자신있다"고 했던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초기 강력한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눌러 집값이 안정되는 듯 했지만 결국 급등을 막지 못했던 당시와 비교하기도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배달의 민족'이라 불러왔다. 빠르고 부지런하다는 자부심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요즘 증시를 보면 그 별명에 새로운 뜻이 겹쳐진다. '베팅의 민족', 줄여서 '베민'이다.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2주 최저가 대비 500%, SK하이닉스는1000%이상 올랐다. 상승장이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베팅 강도도 함께 세졌다. 공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내 첫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한 지 12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4조5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개인이 사들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물량만 8조2000억원어치로 전체 순매수액의 92. 7%다. 반면 유동성공급자(LP) 등 기관은 레버리지 ETF를 8조6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팔자는 기관이고 사자는 개인이다. 이 풍경이 낯설지 않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2020년 이후 개인투자자의 베팅 강도는 단계적으로 세져왔다.
창업생태계에서 AC(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는 경제 역군을 키워내는 산파 같은 존재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초기자금을 투자하고 보육까지 담당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다. 2005년 설립된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육성하면서 세계 최고 AC로 자리잡았다. 국내에 AC제도가 도입된 것은 2016년이다. 정부는 민간 중심의 창업생태계를 육성하겠다며 AC 확대에 속도를 냈다. 실제 제도를 도입한 후 등록 AC 수는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500곳 넘는 업체가 활동 중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국내 창업생태계도 제법 외형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업계 안팎에서는 "AC가 너무 많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 AC가 투자·보육회사라기보다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수행기관처럼 움직인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라는 본업보다 정부사업 수주에 매달리는 구조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시장에 중요한 질문 2가지를 던졌다. 첫째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먼 미래의 기업가치까지 미리 돈을 내고 살 수 있는가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액의 거의 95배의 기업가치로 상장했다. 이는 피치북이 최근 조사한 기술 스타트업의 중간값인 약 4배에 비해 23배가 넘는 수준이다. 스페이스X가 받은 프리미엄이 다른 기술 스타트업 대비 2300%가 넘는다는 의미다. 성장률이 뛰어나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은 것일까. 스페이스X의 매출액은 2023년 104억달러에서 지난해 187억달러로 늘어나 연평균 약 34% 성장했다. 괜찮은 수준이지만 인상적이진 않다. 엔비디아는 올 1월 말 종료된 2026 회계연도에 매출액이 65% 성장했다. 그런데도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2023년 약 1800억달러에서 2024년 3500억달러로 거의 2배 가까이 뛰었고 지난주 상장 때는 1조7700억달러로 불어났다. 성장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가치 증가세다. 투자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스페이스X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테슬라에 대한 기억 때문일 수 있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건만 재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하는 이들이 참정권을 훼손당했다며 내는 목소리다. 개표소를 점령한 시위대의 주축은 2030이다.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이들에게 '결과가 뒤바뀌지 않는다'는 설득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의식의 밑단에는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의 잘못에는 혹독하게 대응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대한 과오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게 불공정 인식의 한 축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사태엔 그렇게 분노했던 정부 여당이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된 사건에는 침묵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관위에 대한 유감 표명은 선거 나흘 뒤인 7일에야 나왔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전모를 파악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하루 뒤인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선 "많은 청년의 문제 제기를 보면서 나도 참 민감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 준 청년들께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역시 부동산이었네. " 투표 다음날 아침에야 최종 판가름이 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된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한 30년 지기의 첫 한마디였다. 친구는 나름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 바뀔 것으로 자신했었나 보다. 본투표 느즈막에 투표소에 다녀오더니 자신의 일탈을 자랑스레 털어놓는다. 늘 지지해오던 정당의 후보도, 오세훈 시장도 아닌 다른 번호의 후보를 찍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탈과 상관없이 판세는 이미 정해졌다는 말과 함께. 친구의 자신만만한 예측은 출구조사 때만 해도 철썩 들어맞는 듯했다. 하지만 진짜 투표함 뚜껑이 열리자 출구조사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원오 후보는 전체 25개 자치구 중 15곳을 가져갔다. 반면 오 시장이 우세를 보인 자치구는 10곳에 그쳤다. 송파구, 강남구, 강동구 등 유권자 수가 많은 자치구에서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커 보인다. 오 시장은 강남구, 서초구 등에서 정 후보의 두배 넘는 표를 가져갔고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송파구와 용산구, 강동구 등에서도 넉넉하게 정 부호를 따돌렸다.
노르웨이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만 유럽연합(EU)은 아니다. 나름의 독자성을 강조해 온 노르웨이가 최근 유럽 쪽으로 한 클릭 움직였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전진 핵 억지력 체계'에 합류하기로 하면서다. 영국의 EU 탈퇴후 EU의 유일한 핵보유국인 프랑스는 자국 핵우산을 유럽 공동자산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 안보질서에 또다른 변화도 있었다. 노르웨이에 앞서 폴란드도 프랑스 핵우산에 참여하기로 했다. 폴란드는 영국과 방위조약도 맺었다. 이들이 이토록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두드러진 미국의 나토 재편 움직임, 아메리카퍼스트(미국우선주의)라는 태도가 한 이유다. "미국이 언제든 우리를 버릴 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눈앞에 닥친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게 '전쟁'은 더 이상 과거 역사가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현실이 됐다. 즉 흔들리는 동맹에 대한 불안, 당면한 위협으로 재부상한 러시아의 확장, 단기간에 자력안보를 강화하기 어렵다는 경제적 현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TV 토론이 선거 판세를 흔든 결정적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드물지 않다. 1960년 9월 세계 최초의 선거 TV 토론회부터 그랬다.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당한 태도와 호감형 외모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의 표를 가로채 결국 제3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내에 첫 TV 토론이 도입된 1997년 제15대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두 아들 병역 면제 의혹(병풍 사건)에 휩싸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도덕성을 전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집중 검증해 승기를 잡았다.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무당파 부동층이 토론을 보고 한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결과다. 요즘은 방송 토론회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과 유권자들의 관심이 예전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유는 여럿이다. 뉴노멀이 된 '팬덤 정치'와 '정치적 양극화'로 기계적 중립을 추구하는 TV 토론의 효용성과 매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 정치 공론장을 점령한 여야 진성 당원과 강성 지지층, 정치 고관여층은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와 SNS 쇼츠에서 '확증 편향' 강화 욕구를 해소한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지방선거 기준 최고치(23. 5%)의 투표율로 마무리됐다.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에 유권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 서울의 지방권력 풍향계인 구청장 선거 열기도 서울시장 선거 못지않게 달아오르고 있다. 각 당의 후보들은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마음)'과 '정심(鄭心·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마음), 오심(吳心·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마음)'을 전면에 내걸고 뜨거운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후보의 SNS(소셜미디어), 홍보물 등에는 이 대통령은 물론 두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현역 구청장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5선에 도전하는 오 후보와 함께 '원팀'을 이뤄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한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 구청장 후보들은 오 후보와의 인연도 내세운다. 오 후보와 함께 일했던 경력도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민주당 후보들도 이 대통령과 정 후보와의 인연을 내세운다. 12년 서울 성동구청장 경력의 정 후보 역시 큰 브랜드다.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10년 3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하며 한 말이다. 그는 "앞만 보고 가자"고 했다. 당시 삼성은 절박함을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같은 해 5월 바이오제약을 포함한 '5대 신수종 산업'을 발표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혁신은 계속됐다. 현재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8년 바이오, AI(인공지능), 5세대 (5G) 통신, 전장 부품을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제시하고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특히 재계는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운다는 삼성의 전략에 주목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첫 삽을 뜬 지 불과 10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생산캐파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더욱 빠르게 달려야 한다. 시장 분석기관 '바이오플랜 어소시에이츠'가 집계한 '톱 1000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설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10위권 밖이던 일본 후지필름이 단숨에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