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업계의 자본확충 부담이 약 17조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당분간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본 압박에 시달리는 보험사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21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와 17개 손해보험사의 경영공시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에 대비해 지난해 말 기준 약 34조원 가량의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 당시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85%였다. 하지만 국고채 5년물 금리가 2.25%로 40bp(=0.4%포인트) 상승한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17조원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해 자본 부담이 17조원 가량 감소했다.
2021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가 보험을 팔던 당시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돼 부채가 늘어나 자본 확충 부담이 생기게 된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본 확충 부담이 크게 줄었다. 금리는 보험사의 부채와 자산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데 금리가 오르면 부채와 자산 모두 현재가치 평가금액이 줄어든다. 금리가 높을수록 미래에 돈이 더 쌓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사는 향후 지급해야할 보험금(부채) 규모가 크고 만기도 길어 자산보다 부채 변동 폭이 더 크다.
머니투데이가 분석한 결과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금리가 현재보다 100bp 상승할 경우 자산이 생명보험업계 15조1000억원, 손해보험업계 8조5000억원 등 업계 전체에서 23조6000억원 가량이 감소한다. 반면 부채는 자산보다 더 크게 떨어져 금리가 100bp 오를 경우 자본 확충 부담은 자산 감소 폭보다 더 축소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상승 기조가 계속된다면 보험사의 자본 확충 부담이 크게 줄어 일부 자금 조달이 어려운 보험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부채는 원가 그대로 남고 자산의 평가손실만 인식하는 현재 보험사의 RBC(보험금 지급여력) 제도에서는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IFRS17이 도입되기 전에 이미 문을 닫는 보험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RBC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구하는데 예상보다 빨리 금리가 오르면 자산가치가 떨어져 분자인 가용자본이 감소한다. 반면 부채는 원가 평가돼 요구자본이 변하지 않아 RBC가 떨어진다. 가용자본은 보험회사에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시 이를 보전해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하는 자산을, 요구자본은 보험회사에 내재된 리스크를 측정해 산출된 필요 자기자본을 의미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자본 확충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유리한 반면 RBC 비율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아 급락하게 된다”며 “당국에서 금리상승 시에는 부채를 시가평가해 줄어든 부채 일부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해 주는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한국은행도 빠르면 이달 중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