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 사외이사 추천…노동이사제 험로 예고

한은정 기자
2019.02.25 16:36

노조 "이사회 운영위 후보추천과 은행장 제청 유명무실…사외이사 추천권한 없지만 절차상 문제없어"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없어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5~22일까지 사외이사 후보를 접수받은 결과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경영진 측에 사외이사 추천서를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박 위원은 경남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을 거쳐 정의당 중소상공인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는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정릉신용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문제는 기업은행 노조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없어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절차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이다.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가지려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지배구조 내부규범이나 정관을 바꾸거나 국회를 거쳐 중소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10조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운영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 기업은행 정관 제38조에는 사외이사는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또는 중소기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바꾸거나 정관에 관련 내용을 넣으려면 이사회 승인,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비쳐 이사회와 최종 임면권자인 금융위원회 모두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 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노동이사제 도입취지는 경영진이나 대주주 전횡 방지와 근로자 권익보호 두가지"라면서도 "여타 산업부문에 앞서 금융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 역시 공공기관에 대해 노동이사제보다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하는 이사회참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법을 개정해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갖는 근거를 담을 수도 있지만 법 개정까지 시간이 필요한데다 국회에서 통과될지도 불투명하다. 중소기업은행법 26조에는 이사는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하는 것으로 명시돼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금까지 이사회 운영위원회의 후보 추천과 은행장의 제청 과정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더라도 금융위에서 승인만 하면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주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위원장이 금융위에 직접 제청할지 사측에 전달해 은행장이 제청하는 방식으로 할 지에 관해서는 사측과 논의할 예정"이라며 "노조가 추천 권한 자체는 없지만 금융위가 임명해준다면 그간의 사외이사 추천 과정을 고려했을 때 절차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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