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손실 나면 어쩌냐" 발동동…홍콩H지수 추락에 ELS 낙인 터치

오상헌 기자
2022.10.24 10:20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2022.09.05.

홍콩H지수(HSCEI)가 중국 빅테크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유례없는 폭락을 거듭하면서 원금비보장 조기상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손실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ELS를 판매한 일부 시중은행은 시장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고객들의 불안과 걱정을 감안해 상황반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한 시중은행이 판매한 ELS에 3억5000만원을 넣은 A씨는 최근 홍콩H지수가 원금손실구간(Knock In·낙인)에 진입하면서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다. 지난해 2월 1만2228.63까지 올랐던 홍콩H지수는 이날도 7% 넘게 폭락한 5120.94에 장을 마쳐 5000선을 위협받을 정도로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인 지수나 개별종목 가격이 만기까지 정해진 조건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손실 발생 기준선인 '녹인 배리어(barrier)'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상품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만기 때 H지수가 가입 시점에 정해 놓은 배리어(75~80%) 수준을 회복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지수가 낙인 설정 조건(-50%~-55%)에 들어가면 50% 넘는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는 중국 본토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중국의 빅테크 등 성장산업 규제와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른 경기 영향,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악재가 포개지면서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상품은 3100개를 넘고 원금 규모는 1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지수가 급락을 거듭하면서 작지 않은 상품이 낙인을 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H지수 연계 ELS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녹인이 발생한 ELS 규모는 모두 2111억원이다. 고강도 글로벌 긴축과 경기침체 우려에 하반기 들어 세계 증시 하락세가 더욱 또렷해져 낙인 구간에 진입한 ELS 규모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상반기 H지수가 고점일 때 판매한 ELS의 잔존만기가 1년6개월 이상 남아 있어 원금손실 여부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낙인을 터치하더라도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통상 70~80% 수준을 상회하면 원금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H지수가 이미 많이 내린 데다 변동성이 크고 만기도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낙인 터치 안내를 받은 고객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문의가 늘어나자 일부 시중은행은 상황반을 구성하고 시장 상황과 기초자산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등 대고객 안내를 강화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영업점에선 상품 관리와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유관부서로 구성된 상황반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ELS 잔존만기 1년 전부터 손실 가능성이 증가하면 매월 1회 고객에게 통지하고 기초자산 설명과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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