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년 재직 금감원 현직 직원, '소보처 독립' 공개 반대 나섰다

권화순 기자
2025.06.26 19:00

사내 게시판에 "감독-정책 분리는 찬성.. 소비자기구 별도 독립은 안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김도엽

"소비자보호기능 강화는 별도의 기관을 신설한다고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에 충분한 권능을 부여하여 소비자 보호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30년간 금융감독원에 재직한 현직 금감원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정부의 감독체계개편 검토 방안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지난 24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공개적으로 감독체계개편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 현직 직원이 실명으로 공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국내 금융(금융위원회)과 국제 금융(기획재정부)을 합쳐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는 한편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 내 소비자보호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개 저격에 나선 직원은 금감원에서 30년 재직한 박영섭 팀장이다. 그는 1999년 통합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 출범 이전 4개 감독기관 시절 입사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입사 이후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동양 사태, 가계부채관리 실패와 사모펀드 및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사태 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박 팀장은 "금융안정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경제성장과 산업진흥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감독을 무력화하거나 소비자보호 역할을 소홀히 하게 만든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소비자보호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방안에는 찬성한다.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다만 "소비자 보호 역할 강화를 위해 별도의 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달리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냈다. 국정위는 별도 기구를 설립하거나 금감원 소보처에 검사권 부여 등 권한을 강화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별도 기구로 독립하는 것에 대해서 금감원 다수 직원들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박 팀장은 "통합형 체계가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위험요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며 "반면 쌍봉형은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못하고 중복 감독 내지는 사각지대 우려 등 비효율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해외 다수 국가에서는 다시 통합감독체계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례도 든다.

박 팀장의 '공개 반대'에 대해 금감원 직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고 있다. 한 직원은 "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실명으로 공개 의견을 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소비자 보호 기구를 독립하면 언뜻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력과 경험의 부족, 중복 검사 등으로 소비자보호가 퇴행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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