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이게 '실용주의' 감독체계 개편인가

권화순 기자
2025.09.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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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9.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감독체계개편으로 4명의 시어머니(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원)가 생긴다는 소식에도 금융권은 처음에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설마, '실용주의'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이상한 결정을 할까. 국정기획위원회가 대통령의 '의중'도 파악하지 못하고 헛다리 짚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여당 의원 160명이 15일 발의한 개정법을 보면, 헛다리 짚은 쪽은 '실용주의'를 믿은 국민이었다.

이번 감독체계개편은 문제 의식과 해법의 괴리가 지나치게 크다. '왕 노릇' 기획재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건전성 관리에 밀려 소홀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두텁게 하자는게 당초 취지였다. 일부 학자들이 불 지핀 금융감독의 독립성·자율성 강화(이 대통령도 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이야기했다)도 명분이었다. 그런데 해법은 엉뚱하다. 기재부(재경부)의 실질적인 권한은 확대됐고 금융감독의 독립성은 더 무너졌으며 '껍데기'만 그럴싸한 금융소비자보호만 남았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 중징계 권한을 정부 부처인 금감위에 넘기고 내년엔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재경부와 금감위 '이중통제'를 받는다. '비용 효율적'으로 거듭나야 하는 금감원은 가급적이면 검사도 덜 나가야 할 판이다. 금감원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은 금융회사는 지금처럼 협조적일리 없다.

금감원의 권한 축소가 지난 정부 시절 '튀는' 행보에 따른 자업자득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2중 통제와 공공기관 지정으로 '감독기구의 정치적 중립성'은 구조적으로 흔들렸다. 감독체계개편이 무산될 듯하자 토론회를 급조해 관치금융 철폐·독립성을 외쳤던 그 교수님들은 이제와서 침묵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토론회를 열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아닌가.

금소원 분리는 겉보기엔 소비자보호가 강화될 것 같으나 실상은 '구멍'이 숭숭이다.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때 금감원 6~7개 부서 100명 직원이 신속대응해 검사부터 배상까지 석 달이 안걸렸다. 조직도, 목표도 다른 금감원·금소원은 신속 대응은 커녕 공동검사권을 두고 삐걱거릴게 뻔하다. 영국이 이미 경험했다. 건전성-소비자보호 충돌 해소를 위해 조직을 둘로 쪼갰는데 건전성을 감독하는 상급 기관(금감위)이 금소원을 통제하겠다는 결론도 앞뒤가 맞지 않다. 금감위-재경부로 나눠진 감독과 정책도 불안하다. 과거 금감위-재경부 시절 책임을 미루던 두 부처를 금융권은 기억한다. 부작용 없는 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이번엔 해낼 수 있을까.

돌아보면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인사부터가 이상했다. 애초에 일관된 플랜이 있었다면, 내정 시점부터 이렇게 생뚱맞을리 없다. 금소원으로 권한을 넘겨야 하는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첫날부터 소비자보호를 강하게 외쳤다. 거시금융정책 전문가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정책을 재경부에 넘겨야 하고, '예산통'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예산기능을 기획예산처에 줘야 한다.

큰 권한을 가질수록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감독체계개편이 딱 그렇다. 디테일 하나만 바뀌어도 금융시장은 들썩인다. 조금만 삐끗하면 대형사고다. 혹여라도 검찰개혁을 하기전 해결 할 작은 과제로 치부할까 걱정이다. 이 대통령은 과연 5년후에도 실용주의로 평가 받을 수 있을까.

권화순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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