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인해 수천억원 이상의 과태료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과징금 기준을 재정비해 '조 단위'로 예상됐던 과징금은 수백~수천억원대로 경감될 여지가 생겼으나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이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현행 규정상 설명의무만 위반해도 과태료가 건당 7000만원에 달한다. 홍콩 ELS 손실계좌가 총 17만건에 달하는 만큼 만약 '판매건당' 과태료 부과시 과징금을 크게 웃돌 수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5개 은행에 대해 과태료 부과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금소법 및 시행령에서는 위반 행위에 따라 과태료 금액이 세부적으로 정해져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5개 은행에 대한 중간검사 발표시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의 원칙 위반, 중요사항 미설명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금소법상 적합성의 원칙, 적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경우 각각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중요사항 미설명 및 설명서 미제공의 경우라면 각각 7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수 있다. 동일 행위에 다수의 위반사례가 적발된 경우에는 더 중한 사례 위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이같은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계약이 총 17만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과태료는 원칙적으로 행위별로 부과한다. 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17만건에 대해 '건별' 부과하기로 한다면 별도의 경감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총액은 조 단위로도 불어날 수 있다. 위반행위의 동기 및 결과 등에 따라 법정 최고 금액의 20~100%까지 감경 할수 있으나 이 역시 수천억원대 과태료를 피할 수 없다.
금감원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 절차 돌입 전에 과태료 부과에 대한 세부 기준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21년 금소법 제정 이후 이런 대규모 과태료 부과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손실이 난 계좌 건당 과태료를 부과 할지, 특정 단위나 유형별로 묶어 포괄적으로 부과할지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과거 손실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문제의 상품설명서를 이용해 판매된 계약건의 경우 포괄적으로 1건으로 간주할 수도 있고 계약 건별로 부과할 수도 있다. 어떤 기준을 반영하냐에 따라 과태료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은행권에서는 과징금에 이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제재'라는 주장을 편다. 특히 과징금은 위반 행위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크지만 과태료는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행정 제재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통상 과징금에 비해 과태료는 훨씬 낮은 게 일반적이다. 홍콩 ELS의 경우 과징금 기준 재정비로 부과 금액이 대폭 줄어들 여지가 생긴 반면 과태료를 기계적으로 '건별' 부과할 경우 과징금보다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홍콩 ELS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은행이 승소한 사례를 보면, 법원은 과거 여러 차례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손실 위험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17만건에 대해 건별로 똑같이 설명의무위반이나 적합성위반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이는 법원의 판결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과태료 부과시 1조3000억원의 자율배상에 따른 노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금융회사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의 '과태료 부과 면제' 항목에 따르면 동일한 위반행위로 형벌이나 과징금 등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를 받는 경우에는 과태료 면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