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대비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주도하게 될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 카드사도 참여하는 근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연말까지 여신전문금융법 개정 사항 등 법적 조문을 구체화한 뒤 금융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하기 위한 스터디를 마치고 구체적인 내용 정립에 들어갔다. 카드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협회 중심으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해왔다.
여신협회는 지난 8월 업계가 공동으로 사용할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18종을 출원했다. 매주 한 차례 TF 회의를 통해 카드사 스테이블코인의 대략적인 사업 방향과 목적은 수립했다.
여신협회는 오는 12월까지 카드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재 카드사는 여전법에 명시된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 카드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업무를 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스테이블 코인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법률 조문으로 녹이는 게 목표다. 여전법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를 부수업이나 겸영업으로 포함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조문이 구체화하면 이를 금융당국과 국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참여에 사활을 걸었다.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법안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컨소시엄 모델'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과 민간 기업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이다. 발행의 안정성을 위해 컨소시엄 주도권은 은행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가 은행의 컨소시엄 파트너로 유력하게 언급된다. 만약 카드사가 컨소시엄에 끼지 못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력을 모조리 빅테크에 뺏기게 된다. 업계는 "가만히 있으면 이번에도 카드사를 빼고 갈 것 같은 분위기"라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카드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체크카드'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카카오페이머니와 같은 빅테크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카드사의 선불카드 시장을 잠식했는데 스테이블코인도 이런 방식으로 체크카드 기능을 뺏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에 신용 기능을 허용할 가능성은 작으므로 신용카드 시장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카드사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국에 깔린 약 320만개 가맹점 인프라다. 중·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카드를 안 갖고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막대한 카드사의 회원 수도 장점이다. 여기에 FDS(이상거래탐지)와 포인트 등 리워드 시스템 역량도 경쟁력 있다고 자부한다. 또 카드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대규모 국책 사업도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법제화 스케줄에 맞춰서 연내 구체적인 내용을 건의하고자 계속 작업 중"이라며 "단순히 내용을 건의하는 것을 넘어 왜 카드사가 스테이블코인을 해야 하는지 자세한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