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257개에 달하는 새마을금고의 3분의 1이 부실로 인해 통폐합 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권에 대한 감독권한을 금융당국으로 일원화 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가 소홀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산업진흥 중심의 정책 탓으로 돌렸다.
27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새마을금고 통폐합 및 상호금융 감독체계 일원화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원장은 "새마을금고가 공시를 축소하고 보고서를 감추는데, 금융당국으로 업무 이관해서 감시하겠냐"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새마을금고의 3분의 1을 통폐합해야 하며, 통폐합이 지연되면 시스팀 리스크로 전이될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전국 1257개 새마을금고 가운데 약 419개 가량은 사실상 부실 금고로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새마을금고는 올 상반기에만 순손실 1조3000억원을 기록해 62년만에 최악의 적자를 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한은 금융당국이 아닌 행안부에 있다. 농협·수협·산림조합도 신용사업 감독은 금융당국이 담당하고, 경제사업은 각각 해당 부처에서 맡는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새마을금고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라며 "실질적인 금융기관인 만큼 금융위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행정안전부가 감독체계 일원화에 관해 최근에 입장을 달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부처간 이견도 고스란히 전했다. 그러면서 "중앙회와 같은 모럴해저드 이슈를 고려하면 감독체계 전반적인 일원화에 동의하고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직접적인 감독 일원화를 언급하지 않고 대신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여러 가지 사안들을 따져보고 있다"며 연내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농협중앙회 산하의 NH농협생명의 핸드크림 판촉물 구매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의혹도 국감에서 불거졌다. 농협생명이 고객 사은품인 핸드크림 10만개(20억원)를 수의계약 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생명에 '현금' 리베이트 거래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비리혐의가 짙다"며 "현재 현장검사를 진행 중으로 검사 결과에 따라 엄중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은품을 다수 취급하는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도 검토할 방침이다.
감독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 소홀 비판에 대해 이 원장이 산업진흥 위주의 정책 탓으로 돌려 금융위-금감원 간의 갈등이 표면화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금융소비자보호 방향에 대해 이 위원장은 "소비자중심으로 금융의 신뢰 기반을 쌓고 별도 소비자 전문가와 대책을 새울 것"이라며 "개인채무자나 취약계층 보호 등으로 소비자부문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발언권을 얻은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가 소홀하게 된 구조적인 부분은, 최근까지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의 포지셔닝이 금융산업 진흥 정책 중심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한다"고 직격했다. 금융산업 진흥 위주로 금융위가 정책을 펴면서 소비자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뉘앙스의 지적이다. 이 원장은 2021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판매행위 위주로 규율이라 소비자보호를 했다는 '알리바이'로 악용되고 있다는 한계점도 언급했다. 그는 "상품설계부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라며 "금융산업 진흥과 어떻게 조화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