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왜 투자자는 '자본'보다 '감독'을 무서워하나

배규민 기자
2025.11.21 05:10

지난 14일 열린 한화생명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은 이례적이었다. 약 한 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실적이 아니었다. 온통 자본건전성에 쏠렸다. 지급여력비율(K-ICS)이 왜 하락했는지, 기본자본 K-ICS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지까지 질문이 이어졌다. K-ICS 비율이 안정적인 보험사 컨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한화생명의 3분기 K-ICS는 157%로 전분기 160.6%에서 소폭 하락했다. 연말 목표치는 155%로 2분기 제시했던 165%보다 10%포인트 낮췄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절대적 숫자보다는 '하락'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불안심리는 최근 롯데손해보험의 적기시정조치에서 비롯된다. 롯데손보는 K-ICS가 금융당국의 권고치 130%를 넘었음에도 제재를 받았다. 롯데손보의 계량지표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종의 정성평가인 비계량지표에서 불합격을 받았다. 금융권에선 논란이 일었지만 금융당국은 자본 적정성 관리 전반을 모두 반영된 종합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시장의 기준점을 바꿨다. 총자본 K-ICS가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넘으면 된다는 인식을 흔들었다. 금융당국도 이번 조치가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적기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롯데손보의 영업과 보험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력이 불안하다'고 제재하면서 '회사는 안전하다'는 기묘한(?) 설명이다. 하지만 롯데손보의 적기시정조치는 곧바로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중단으로 이어졌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발행 조건 때문이었다. 당국이 회사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내 돈이 안전하지 못함이 확인됐으니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는건 당연하다.

한화생명 컨콜에서 M&A를 추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효과보다 인수 후 K-ICS가 얼마나 떨어질지, 기본자본비율이 얼마나 훼손될지, 자본확충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유다. 시장의 관심이 회사의 성장보다 '자본 방어력'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번 한화생명 컨콜에서 드러난 불안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감독 기준이다. 롯데손보 사례처럼 정해진 계량 기준을 충족해도 비계량적 판단으로 당국의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흔들었다.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된 이후 보험업계는 자본비율 방어에 집중해 왔다. 막대한 이자 부담에도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K-ICS 비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롯데손보 사태는 보험업계가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자본비율 만이 아니라 불투명한 감독 기준도 포함된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줬다. 롯데손보는 제재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과 제재를 취소해 달라는 본안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조만간 나올 가처분 결과는 시장 불안 확산 여부의 기점이 될 수 있다. 감독 잣대가 흔들리면 회사의 자본정책도, 시장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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