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맞았어! 50만원 보내줘" 울면서 전화 건 딸...AI에 속았다

이강준 기자
2026.02.01 12:00
21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자금 세탁범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압수품이 공개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한 조직원 13명을 입건하고 7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사진은 기사와 연관없음/사진=뉴스1

#A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딸의 목소리가 들렸고 "엄마, 이 사람이 때렸어"라고 울었다. 알고보니 보이스피싱범이 AI(인공지능)로 조작한 목소리였다. 보이스피싱범은 A씨에게 50만원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이 미성년 자녀와 학부모 이름·연락처 정보를 악용해 자녀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성행한다며 1일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AI로 조작한 아이의 울음소리로 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소액 송금을 요구해 단시간에 범죄를 일으키는 보이스피싱이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을 요구하면 예·적금 해지 또는 대출 없이 바로 돈을 받을 수 있어 범행 발생 속도가 빠르다.

보이스피싱범은 학원 밀집 지역 등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미성년 자녀의 이름·학원명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며 전화로 접근한다. 아이들이 학원에 있어 쉽게 연락되지 않는 저녁, 늦은 오후 시간대에 집중된다.

피싱범은 자세한 상황 설명 없이 자녀와 통화하게 하고 그의 우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공포를 조장한다. 이때 자녀 울음소리는 AI로 조작한 가짜 목소리로 불안심리를 자극해 부모의 상황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든다. 울음소리는 발음이 불분명하고 사람마다 편차가 크지 않아 순간적으로 당황하면 실제 자녀의 목소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피싱범은 자녀가 욕을 했다거나 자신의 휴대폰 액정을 망가뜨렸다는 등 일상에서 있을 법한 거짓말을 하면서 피해자 자녀를 차로 납치(감금)했다며 술값·수리비 등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한다.

기존엔 아이를 납치·장기 밀매를 빙자로 고액을 요구하던 방식이었지만 범죄 대상을 특정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소액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달리 소액(50만원 등) 송금을 요구하면서 단시간에 범죄를 일으키는 게 특징이다.

아이가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은 경우 전화를 우선 끊어야 한다. 자녀에게 직접 전화해 자녀 위치와 안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자녀의 휴대폰 위치 확인 서비스 등을 이용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사기범에게 속아 돈을 보낸 경우 112에 즉시 신고하고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지급정지 요청이 빠를수록 피해금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녀 납치 빙자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자녀의 이름·학원명·주소·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조합해 피해자 스스로 사기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통신사의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이용하면 피싱 여부를 휴대폰 알림으로 받을 수 있다. SKT는 에이닷, LG유플러스는 익시오, KT는 후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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