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티몬·위메프 여행·항공권 상품을 할부 결제한 1만1696명의 소비자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정에 따라 132억2000만원의 결제 대금을 돌려 받을 길이 열렸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청약철회권을 행사하면 카드사가 환급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똑같은 상품을 구매했어도 신용카드로 할부가 아닌 일시불 결제 한 소비자는 할부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환급을 받지 못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개최된 분조위에서 여행·항공권 상품을 신용카드로 할부결제하고도 티메프 사태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가 카드사를 상대로 행사한 청약철회권(할부철회권)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카드사가 결제대금을 소비자에게 전액 환급하도록 결정했다.
여행·항공·숙박상품 할부결제와 관련해 금감원과 9개 카드사에 접수된 분쟁민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1만1696건, 분쟁금액은 총 132억2000만원이다. 금감원원 이 중에서 분쟁민원 대표 사례로 2건을 선정, 분조위에 회부해 환급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신청인 A씨는 지난 2024년 2월 티몬에 입점한 여행사가 제공하는 해외 여행상품을 할부로 구매하고 구매대금 494만원을 3개월 할부로 완납했다. 같은해 7월29일 여행 출발을 앞두고 불과 6일 전 여행사가 "티몬으로부터 결제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며 여행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A씨는 카드사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해 결제대금 환급을 요구했다.
할부거래법상 소비자가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또는 계약서 수령 시점보다 재화(용역 포함) 등의 공급이 늦어지는 경우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분조위는 재화 등이 공급되지 않은 경우 전자상거래법상으로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과 할부거래법의 취지, 신청인 A가 청약철회에 이르게 된 특수한 사정 등을 고려해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티몬에 입점한 판매사에서 제주항공의 항공권(2024년 8월10일 출발)을 할부로 구매하고 2회 납부한 민원인 B씨에 대해서도 청약철회권과 할부항변권을 인정됐다. 그는 구매대금 53만1590원을 5개월 할부로 결제해 2회(21만2990원) 납부했으나 판매사로부터 항공권 사용불가 및 발권 취소 예정을 통보받고 결제취소를 신청했다.
카드사들은 2건의 분쟁조정에 대해서 20일 이내에 금감원에 수락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분쟁조정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만큼 카드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별도의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카드사들이 2건에 대해 수용하면, 비슷한 사례인 나머지 1만1694건에 대해서도 자율조정에 따라 결제대금을 환급하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
금감원은 조만간 카드사 9곳의 관계자를 소집해 이번 분쟁조정 취지 등의 대해 설명하고 소비자보호를 강조할 방침이다.
카드업계는 다만 "기본적으로 할부는 카드사가 할부항변권과 청약철회권으로 소비자 구제 대응해왔는데 이번처럼 할부항변권 사용이 애매한 항공권과 여행은 원칙적으로 앞선 소비자원 결정처럼 PG사가 책임져야 하는게 맞지 않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향후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카드사들이 분조위 결정을 소용하더라도 일시불로 카드대급을 결제한 소비자는 구제 대상에 빠진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동일한 상품을 구매했더라도 일시불로 결제했냐, 할부로 했냐에 따라 구제 여부가 확 달라진 것이다.
금감원 분조위 결정에 앞서 지난 2024년 12월 한국소비자원은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며 소비자 피해금액에 대해 티몬·위메프(100%), 판매사(90%), PG사(30%)가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판매사 106개사 중 62개사, PG사 14개사 중 10개사가 지난해 2월 조정결정을 불수용해 신청인 중 3800여명이 법원에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분조위 결정은 금감원이 조직 개편을 한 이후 첫 사례다. 금감원은 분조위 활성화를 위해 분조위 운영을 전담하는 소비자권익보호국을 신설했고 분조위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티몬, 위메프와 여행사 등이 소비자원의 조정을 거부해 전자상거래법상 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할부거래법을 통해 분조위가 소비자 구제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