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함정… 은행돈 2400억, 다원시스에 물렸다

김미루 기자
2026.05.20 04:04

회생절차 개시, 기업·신한·산업銀 등 대출 부실 노출
공공 발주·기술력 앞세운 여신에 회수 불확실성 지적
손실우려에 일부서 1분기부터 충당금 1000억대 적립

'회생절차 개시' 다원시스 금융권 부실대출 규모/그래픽=김다나

이재명 대통령이 철도차량 납품지연 사태를 두고 "사기 아니냐"는 취지로 질타한 다원시스에 돈을 빌려준 주요 국책은행과 5대은행이 2400억원대 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에 노출됐다. 다원시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주요 은행들은 1분기부터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생산적금융의 확대기조 속에 기술력 있는 중견기업 여신도 부실화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원시스가 은행에서 받은 차입금은 총 2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이 143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488억원 △한국산업은행 278억원 △우리은행 133억원 △KB국민은행 40억원 △하나은행 23억원 △NH농협은행 11억원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카드까지 포함한 금융권 차입금은 총 2662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손실에 대비해 1분기부터 1000억원대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담보 가치를 제외한 대출금 100%에 가깝다. 기업은행은 다원시스 관련 약 5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은 각각 400억원, 130억원, 40억원대 충당금을 쌓았다. 산업은행은 회생절차 이전인 지난해부터 다원시스 대출금에 대해 200억원대 충당금을 적립했고 올해 1분기부터는 해당 여신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회생법원의 절차에 따라 채권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 중이고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한 상태"라며 "회생절차 진행경과 및 채권회수 가능성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당금 규모가 커진 배경에는 담보를 반영해도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원시스의 1분기 보고서상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1260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확보했다. 신한은행은 488억원의 여신에 대해 115억원 상당의 토지담보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담보가 있더라도 실제 회수 가능액은 회생절차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 담보권이 인정되는 회생담보권자는 담보가치 범위에서 우선 변제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반 회생채권자는 다른 채권자들과 회수재원을 나눈다. 다원시스가 지난 3월 수원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은행별 담보권 인정범위와 회수율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부 은행여신은 신용대출 또는 건물준공·등기 이후 담보를 취득하는 후취담보대출 형태로 실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원시스가 경기 과천에 신사옥을 다 짓고도 미등기 상태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일부 은행은 건물에 대한 선순위 근저당권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중견제조업체의 회생으로 주요 은행이 1분기부터 1000억원대 충당금을 쌓은 것은 최근 기업여신 리스크에선 보기 드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생산적금융 기조 속에 은행이 중소·중견기업 여신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다원시스의 사례는 공공발주 이력이나 기술력만으론 여신회수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납품지연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생산적금융 관점에서 볼 때 기술력이 있는 회사였다"며 "생산적금융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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