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전면 개편해 혁신 핀테크 기업에 '배타적 운영권'을 조기 부여한다. 혁신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 전부터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한편, 우수 사업자의 제도권 금융 진입까지 뒷받침해 금융혁신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규제를 넘는 핀테크, 판을 바꾸는 금융 대전환' 행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혁신친화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핀테크 기업의 혁신 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샌드박스 지정 단계부터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기존에는 혁신 서비스가 제도화된 뒤 정식 인·허가를 받아야 배타적 운영권이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시점부터 권리를 부여해 초기 사업 확장을 지원한다.
배타적 운영권을 확보한 중소 혁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서비스 상용화 비용 지원도 확대한다. 테스트 비용 지원 한도를 기존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고, 책임보험료 지원 비율도 50%에서 100%로 상향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의 샌드박스 진입 장벽도 낮춘다. 금융위에 따르면 샌드박스 참여 기업 중 핀테크 비중은 2019년 56%에서 지난해 7%까지 급락했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승인 건수 가운데 금융회사 비중은 76%에 달했다. 스타트업에도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재무건전성 요건과 부가조건이 적용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핀테크 기업들의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는 재무건전성 부족이나 과도한 부가조건으로 혁신 서비스 진출이 어려웠던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보완적 심사방안을 마련하고 부가조건 부여 기준도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규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설명회를 확대하고, 밋업(Meet-up) 행사와 리버스 피칭 등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한다.
혁신 사업자의 제도권 연착륙 지원도 강화한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 개시 직후부터 운영 성과를 연 단위로 점검해 우수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법령 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고, 제도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수 혁신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성과평가를 거쳐 인·허가 심사 가점이나 패스트트랙 적용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법령 정비 과정에서 규제 강화로 인한 서비스 단절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보안 사고 대응을 위한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서비스 종료 시에는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계획 적정성 검토 절차를 도입하는 등 사후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금융위는 미래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샌드박스 적용 대상 법령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등으로 확대하고, 동일·유사 서비스에 대한 심사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혁신금융심사위원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위원회도 신설한다.
포용금융과 인공지능(AI) 기반 금융서비스 등 미래 금융 과제를 발굴하는 기획형 샌드박스도 활성화한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세부 과제를 선정하고 사업자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금융산업 참여의 저변 확대와 소비자 중심 서비스 출시, 금융규제의 디지털 전환 등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온 게임 체인저"라며 "핀테크 기업들의 샌드박스 도전기회 확대와 혁신적인 아이디어 보호를 한층 강화하고 혁신사업자들이 샌드박스를 넘어 제도권 금융에 연착륙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미래금융을 주도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규제특례 법령 확대, 기획형 샌드박스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며 "혁신 사업자들의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 철폐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