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런던지점 개소 1년도 채 되지 않아 유럽 데이터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북미 중심이었던 글로벌 투자금융(IB) 포트폴리오를 유럽으로 확대하며 해외 인프라 금융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런던지점은 최근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퓨어 데이터 센터 그룹'(Pure Data Centres Group)이 추진하는 암스테르담·더블린 지역 데이터센터 개발 PF 딜에 참여해 7000만유로(약 1226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을 실행했다.
퓨어 데이터 센터 그룹은 글로벌 사모펀드 오크트리 캐피탈의 투자를 바탕으로 유럽과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업체다. 최근에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유럽 최초의 110MW급 데이터센터 전용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 전력망) 구축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선호하는 탑티어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거래는 농협은행이 지난해 7월 런던지점을 개설한 이후 거둔 대표적인 IB 성과다. 농협은행은 그동안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 금융을 중심으로 트랙레코드(거래실적)를 쌓아왔지만 유럽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딜 성사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유럽 데이터센터 시장은 미국과 달리 국가별 규제와 인허가 체계가 상이한 데다 전력 공급 환경과 임차인 계약 구조 등도 미국 시장과 차이가 크다. 특히 농협은행은 유럽 진출 역사가 짧아 현지 금융시장 내 인지도가 높지 않아 초기에는 대출 채권 양수도 참여가 가능한 금융기관 명단인 '화이트 리스트'에도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런던지점은 자체 제작한 투자설명(IR) 자료를 바탕으로 차주사와 주선기관을 대상으로 수차례 미팅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농협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북미 데이터센터 금융 실적을 적극 설명했다. 본점 IB사업부와 CIB심사부도 유럽 시장 분석과 거래 구조 검토를 지원하며 힘을 보탠 끝에 퓨어 데이터 센터 그룹으로부터 최종 참여 동의를 확보하며 화이트 리스트 진입에 성공했다.
농협은행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유럽 데이터센터 투자 기회를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암스테르담과 더블린은 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와 함께 유럽 데이터센터 핵심 권역인 'FLAP-D'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관련 투자 수요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단순히 하나의 딜을 성사시킨 것을 넘어 농협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의 문을 열고 글로벌 IB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이정표가 됐다"며 "에너지·통신·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