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급등으로 은행권에서 ETF(상장지수펀드) 판매고가 급격히 늘자 금융당국이 반도체 ETF 등 판매 상위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특정상품 한도를 조절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ETF 판매 상위 상품 판매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5월부터 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은행 판매 잔고가 많이 늘었다"며 "어느 상품이 은행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주식형 ETF 매수 움직임이 거세지자 당국 차원에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지난 4월 은행권을 소집해 ETF 및 ELD(주가지수 연동예금)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5대 은행의 ETF 판매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5대 은행의 ETF 판매액(1월1일~6월18일)은 56조7348억원으로 전년 한해 판매한 규모(22조558억원)의 2.5배에 달한다. 특히 고위험군 상품인 주식형 ETF의 비중이 커지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ETF 판매고에서 위험등급 1등급(매우 높은 위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상반기 37.5%에서 그해 하반기 49.7%까지 상승했다.
주식형 ETF 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섹터로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점도 당국의 경계심을 키우는 부분이다. 최근 1개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상품 10개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포함한 AI·반도체 섹터 관련 상품은 6개에 해당한다. 시중은행에선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판매하고 있진 않지만 이밖에 AI·반도체 섹터 ETF 판매는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A은행의 최근 한달간 판매 상위 종목은 △ACE AI반도체TOP3+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RISE 코리아밸류업 등이 차지했다. B은행 판매 상위 종목은 △HANARO Fn K-반도체 △TIGER 반도체 TOP10 △TIGER 200 IT였다.
은행의 ETF 판매 총량을 제한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은행연합회가 관리하는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통해 은행 내에서 자율적으로 판매한도를 관리하도록 한다. 해당 규준에 따르면 은행 내부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설치해 상품의 위험도,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품 선정부터 판매 절차 및 한도를 심의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각 은행들은 내규를 만들어 위험 등급별 상품의 연간 판매한도를 정한다.
현재 은행들은 특정 상품의 판매 한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는 특정 ETF 판매액이 내부 설정한도를 초과하면 판매를 일시중단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상품의 한도를 정해놓지 않으면 쏠림이 일어나기 때문에 내부에서 승인받은 한도 내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며 "주가가 폭락했을 때를 대비해 판매 리스크를 관리하고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인 만큼 주가 변동성 확대로 홍콩 ELS(주가연동사태)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0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던 코스피는 23일 하루 910.71포인트 급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ETF의 주가도 10% 빠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ELS 사태 당시 불완전판매 논란 등을 겪었던 만큼 종합적인 상품 판매의 리스크 관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