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품기업들이 K-푸드 열풍을 타고 해외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라면과 만두 등 대표 품목을 넘어 막걸리와 김, 앙금 등 지역에 뿌리를 둔 전통 식품까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가운데, 수출입은행이 수출·수입자금과 정책금융을 통해 해외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수출 확대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늘어난 강소 식품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하며 K-푸드 세계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K-푸드 지원 실적은 2022년 2조1101억원에서 2023년 2조1551억원, 2024년 2조2549억원, 2025년 2조6049억원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수출입은행은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총 28조원 규모의 K-컬처 정책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지평주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1925년 양조장으로 출발한 지평주조는 현재 미국·일본·호주를 핵심 시장으로 삼고 중국·대만·홍콩·캐나다 등으로 진출 국가를 넓히고 있다.
과거 막걸리 수출이 해외 교민시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K-팝·K-드라마·K-푸드 확산과 함께 현지 소비자 시장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2010년 매출 2억원에서 2025년 500억원으로 15년간 250배 성장한 지평주조는 이제 글로벌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천안에 수출 전용 생산기지를 구축한 결과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40% 성장했고 수출국은 기존 7개국에서 16개국으로 확대됐다.
24일 찾은 지평주조 천안공장 첨단 자동화 설비에선 전 세계로 수출될 지평막걸리가 분당 500병씩 빠르게 제조되고 있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100년 지평의 맛을 어떻게 그대로 담아낼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이자 도전이었다"며 "수출 후발주자라는 부담감이 오히려 최고 수준의 품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이어졌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살균막걸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해외에서는 막걸리가 한국 교민들이 즐기는 전통주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접하고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해외 소비자들은 막걸리를 와인이나 맥주의 대체재가 아니라 새로운 발효주 카테고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이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지평주조는 리치·말차·유자 등 해외 소비자에게 친숙한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K-컬처 프로그램을 적용해 우대금리로 수출자금 10억원을 신규 지원했다. 북미 시장조사와 타당성조사 등 비금융서비스 지원도 협의 중이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지원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한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고 수출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해외사업의 특성을 함께 이해한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확대 전략을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됐다. 강소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필요한 실행력과 대외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든든한 정책금융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수은이 수출 확대에 필요한 금융지원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 리스크 대응, 현지 시장 정보 제공, 유통망 확대를 위한 지원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강소기업의 글로벌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의 조미김 전문기업 성경식품도 수은의 대표적인 지원 사례다. 성경식품은 '지도표 성경김'과 글로벌 브랜드 'It's Gim'을 앞세워 미국 코스트코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해외수출은 2022년 166억원에서 2023년 318억원, 2024년 440억원, 지난해 45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수은은 지난해 11월 성경식품의 수출자금을 기존 60억원에서 95억원으로 35억원 증액하고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을 적용해 금리를 우대했다.
군산의 대두식품 역시 정책금융 지원을 받아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두식품은 지역 대표 빵집인 이성당에 팥앙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수출입은행은 팥 등 원재료 수입과 수출에 필요한 자금 55억원을 지원하며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푸드 열풍이 라면과 만두 등 대표 품목을 넘어 지역 전통 식품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해외 인지도 확보와 현지 유통망 구축, 물류와 마케팅 등에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정책금융의 역할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우리 식품기업들이 '찐 매력' 제품을 개발·발굴하고 유망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