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경고에도 대출 폭주…가계대출 3개월새 9조 늘었다

백지현 기자
2026.07.01 16:25

6월 신용대출 2.1조·주담대 1.7조 '가파른 증가세'
빚투 수요 여전·대출규제에 막차 수요↑

5대은행 가계대출 추이/그래픽=이지혜

주요 은행 가계대출이 한달새 4조원 급증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면서 빚투(빚내어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을 밀어올렸고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에 불안해진 대출 수요자들이 막차 타기에 나서면서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까지 증가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시장에선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하반기에는 대출 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겹치면서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6월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74조9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대비 4조1378억원 증가한 것으로 이는 2025년 7월(4조1386억원)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연초 오히려 줄기도 했지만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잔액 규모는 1분기 이후로 9조2317억원이 급증했다. 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최대치다.

특히 신용대출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5대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6704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1550억원 늘었다. 2개월 연속 2조원 넘는 증가폭을 기록한 배경엔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를 통한 빚투 수요가 자리한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전월대비 1조8329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신용대출 증가폭의 85%에 달한다. 은행권에서는 마이너스통장에서 집행된 자금 상당수가 주식투자용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이미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계속해서 대출이 집행되고 있다. 연장 시 한도를 줄이거나 신규대출시 한도를 정해놓는 방식으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한도 소진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50% 수준 밖에 되지않아 아직도 여유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늘어나는 건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5대은행 신용대출, 주담대 잔액 증가폭/그래픽=이지혜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615조1456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7576억원 증가했다. 4월 1조9104억원, 5월 1조1437억원으로 증가세가 꺾인 듯 보였으나 다시 1조원대 후반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대출 규제 움직임이 나오면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가계부채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하고 매주 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에 각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막차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국민, 하나, NH농협은행은 주담대 대출을 받을 때 주담대 대상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MCI, MCG를 가입하지 못하면 소액임차보증금 공제분(방공제)을 차감한 대출한도가 산정되기 때문에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IBK기업은행은 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감면권을 축소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MCI·MCG 가입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은행을 찾거나, 추가 취급 중단 여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당국의 경고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반기엔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MCI·MCG 중단 동참,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수단으로 신규 대출 접수 중단이 거론된다. 앞서 지난해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은행이 주담대, 전세대출 상품의 신규접수를 중단한 바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조치는 대출 접수를 아예 막는 셧다운"이라며 "다만 아직 연말까지 6개월의 시간이 남은 만큼 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조치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하반기 미국과 한국에서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것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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