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는 지배주주가 없는 대표적 업권이지만 우호적인 이사회를 두면 현직 회장의 장기연임이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3연임 금지가 유능한 회장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경영기회를 막을 수 있으며 앞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비판도 거세다. 연임제한에 대한 법제화 과정에서 국회에서도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 막히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 중에선 김기홍 JB금융회장이 유일하게 3연임 중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등이 연임을 하고 있다. 3연임이 금지되면 이들은 임기만료와 함께 물러나야 한다.
금융당국은 3연임 금지와 더불어 연임시에도 주주총회 동의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첫 임기 중인 양종희 KB금융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 황병우 iM금융 회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는 연임시 주총에서 일반결의 요건만 충족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주주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모든 금융지주 회장이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의 영향권에 들어온다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이 3연임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한 영향이 가장 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연임에 대해서 "이사회의 참호구축" 문제를 먼저 제기한 이후 이 대통령이 지난 12월 업무보고 당시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며 개선을 주문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 회장은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로 3~6년 경영을 한 뒤 회장 후보군으로 뽑힌다. 회장으로 선임되면 이후 3~6년가량 회장직을 유지한다. 계열사 CEO에서부터 회장직까지 임기를 합치면 10~15년도 가능하다. 금융회사 CEO 선임절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의 구성이 '참호구축' 형태로 유지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과 이 원장의 문제의식이었다.
다만 3연임 금지에 대해서는 금융권 안팎에서 반론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EO의 장기집권이 도리어 장려돼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3연임을 한 금융지주 회장 중에는 임기 중 그룹의 위상을 바꿔놓을 만큼 탁월한 실적을 남긴 사례도 적지 않다. 더구나 법적으로 민간 금융회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선례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다.
CEO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여 지배구조를 선진화하자는 논의가 연임이나 3연임을 제한하는 단순한 접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회장 선임에 관여하는 이사회 산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의 영향력을 지금보다 높이는 쪽으로도 CEO의 장기집권 폐해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은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에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내놓는다.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IT(정보기술)나 소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풀'도 다양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