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4개월래 최저치를 찍으면서 달러를 저점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달러화 예금도 반년만에 180억달러나 불어나며 현재 770만달러에 육박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 슈퍼사이클 속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환테크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은 지난 3일 기준 769억8300만달러로 집계된다. 이는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있는 2021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들 은행의 달러 예금은 지난 8월말 763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쭉 70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7월말과 비교해 10.9%(75억달러) 증가한 수치다. 기업과 개인이 보유한 달러 예금이 모두 늘었다. 기업이 맡긴 달러예금은 606억600만달러로 7월말 대비 9.5%(52억5300만달러) 증가했다. 개인 달러예금은 136억8100만달러로 같은 기간 7.6%(9억7200만원) 뛰었다.
기업과 개인에서 모두 달러 수요가 늘어난 건 원/달러 환율 급락에 기인한다. 원/달러 환율은 4일 기준 전일대비 8.9원 내린 1350.4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349.5원까지 내리면서 작년 7월1일(1348.5원) 이후 1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원화 약세로 환율이 1500원대를 고공행진하던 3월 당시 달러 예금은 500억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당시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달러 유동성이 바닥을 보인 탓이었다. 그러나 7월 중순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달러 유동성이 대량으로 풀리면서다. 7월 경상수지 흑자가 420억달러에 육박했으며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시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달러 자금조달이 겹치면서 국내시장에 달러 공급이 부쩍 늘었다. 반면 달러 수요는 부진했다. 이미 외국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달러 환전이 잠잠해진 상태였다.
아울러 미국 재정적자 이슈 역시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국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붙으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를 좁히며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350원을 돌파할 경우 1300원 초반까지 추가 하락이 관측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달러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레인지가 1300~1350원으로 낮아지게 된다"며 "1350원선 아래로 내려갈 경우엔 수급적 요인보다는 한미 금리차, 경상수지 비율 등 펀더멘털 영향이 큰데 경상수지 흑자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한다면 추가로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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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중심으로 환테크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벌어온 달러 규모가 워낙 크기에 바로 은행으로 들어오는게 아니라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금을 쪼개 들어오고 있다"며 "달러 예금 비중은 거의 대부분 기업이 차지하고 있기에 이들 기업의 경영판단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