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권이 업종별 대출관리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동산 등 취약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조기상환 유도 등 선제적 건전성 관리방안도 거론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년 동월 대비 0.03%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6년 10월 이후 최고수준이다. 이 중 기업대출이 전년 동월 대비 0.10%P 뛴 0.84%에 육박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2015년 5월말 이후 11년 만에 1%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출상환 부담은 이전보다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은행권에선 연체율 관리가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당 정무위원회와 당정협의에서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감독강화 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에선 업종별 모니터링 강화를 예고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석유화학, 건설업 등 어려운 업종에 대해 이전보다 더 들여다본다"며 "업종별 관리가 가장 먼저 취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연체가 발생한 뒤부터 관리하는 게 아니라 업종·차주·담보·지역별로 나눠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조기에 경보를 울려 미리 연착륙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선 통상 특정 업종의 연체율이 0.4%를 넘으면 리스크관리의 강도를 높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은행의 올해 1분기 팩트북에 따르면 업종별 연체율이 0.4%를 초과하는 업종은 △정보통신업(0.81%) △건설업(0.67%) △도소매업(0.52%) △숙박 및 음식업(0.52%) △부동산업(0.44%)이다.
은행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업종들이다. 부동산업은 평균적으로 기업대출액의 27%를 차지한다. 도소매업 역시 전체 기업대출의 약 14%를 차지하는 주요 업종이다. 건설업은 익스포저 자체가 크진 않지만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해 은행들이 상시관리하는 업종이다.
연체율이 높은 업종의 경우 조기상환을 유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가령 원금의 10%를 조기에 상환하면 연장시 여신 전결권 단계를 낮춰주거나 일시상환 대출의 경우엔 상환조건을 장기분할상환으로 변경해 차주의 부담을 더는 방식으로 조기상환을 촉진한다.
건전성 관리강화의 영향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금융 확대기조에 따라 모험자본을 아무리 늘린다고 하더라도 건전성 지표를 외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는 보증부대출은 보증비율이 90%는 되다 보니 이를 통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