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가 대신 "금리 깎아주세요" 신청 1000만건, 1년새 6배 폭증

김미루 기자
2026.08.10 16:13
올해 폭증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 /그래픽=김다나 기자

생업에 바쁜 차주를 대신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자동 신청 서비스가 시작된 지 5개월여 만에 신청 건수는 1000만건을 넘어 지난해 상반기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권리가 있어도 챙기지 못했던 금융소비자를 찾아주는 '체감형 포용금융'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10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은행권 신청 건수는 상반기 163만8000건, 하반기 150만5000건가량이었다. 신청 규모가 불과 1년여 만에 크게 뛴 셈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승진이나 소득 증가 등으로 신용 상태가 좋아진 차주가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차주 가운데 실제 신청자는 많지 않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에서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가능 대출계좌는 약 1218만개였지만 실제 신청 계좌는 62만개로 신청률이 5.1%에 그쳤다.

금융위원회도 소비자들이 바쁜 생업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의 존재나 신청 방법을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제도의 한계로 봤다. 이에 지난해 12월 '마이데이터 기반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올해 2월26일부터 서비스를 시행했다.

한 번 동의하면 AI가 매달 신청…이제는 수용률·절감액 봐야

핵심은 금융소비자가 일일이 자신의 신용 상태를 살피고 은행 앱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최초 한 번만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금리인하요구권을 대신 행사한다. 정기 신청은 최대 월 1회 가능하고, 소득이 늘거나 신용평점이 오르는 등 금리 인하를 요구할 명확한 사유가 생기면 수시로 신청할 수도 있다.

시행 이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처럼 이용자가 많은 대형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청이 70~80%가량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인하 요구를 받은 은행들은 신청 내용을 대부분 전산으로 심사하고 있어 신청 급증에 따른 업무 부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해당 서비스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포용금융 정책에 AI·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첫 사례로 평가한다. 단순히 금융상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제때 챙기기 어려웠던 서민·소상공인 등의 이자 부담을 기술로 직접 낮추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다. 서비스가 활성화할 경우 개인·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연간 최대 1680억원의 이자를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했다.

신청 문턱이 크게 낮아진 만큼 앞으로는 수용률과 실질적인 이자 감면 효과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은행의 수용률은 28.3%, 이자감면액은 약 1449억원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주기적으로 신청하면서 요건을 전부 충족하지 못한 신청도 함께 늘어 수용률은 이전보다 낮아졌다"면서도 "실제 금리를 깎은 건수 자체는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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